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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07 <시 읽는 밤>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中)

슬픔이 기쁨에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중략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사실 위 시에서 '평등한'이란 단어를 쓴 것이 많이 낯설게 다가왔다.

기쁨과 평등한 슬픔이라니... 단어가 좀 안어울리는 느낌이다.

작가에겐 평등이란 단어가 어떤 느낌인걸까?

 

 

내가 하늘 위에서 인간을 심판하는 자라고 엉뚱한 상상을 해 보면...

그저 자기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사랑보다, 기쁨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려고 할까?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존재이기에..

나의 기쁨과 플러스가 곧 다른 누군가의 슬픔과 마이너스와 직결된다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이 많기에...

 

 

슬픔의 경험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워주고

그래서 기쁨에 더 감사하고

기쁠 때도 지나치게 기뻐하지 않고

슬플 때도 곧 지나가리라 담담히 마음먹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