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범죄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리 묘사는 부족하고, 감정에만 호소하거나 긴장감만 잔뜩 끌어올린 후 권선징악으로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영화 돈에서는 주인공 조일현(류준열)의 미묘한 심리 변화에 집중하며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심리가 일편적이지 않고 다양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이고 솔직한 주인공이란 느낌이었다.

부자가 되고 싶었다.

초반과 엔딩 대사이자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교훈을 주거나 메세지를 던지지 않는다. 그저 '부자가 되고 싶었다.'는 솔직한 욕망을 이야기한다. 서민 대부분이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명확하다. 돈 없으면 불안하고 여유 없는 한국 사회에서의 생활.. 그걸 탈피하고 싶은 마음.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

 

복분자 농장을 손수 운영하며 일손도 쓰지 않는 부모님이 안쓰럽다.

 

말미에 그의 대사가 마음을 파고 든다. "번호표(유지태)에게 그 돈 다 어디에 쓸 건지 한 번 물어봐 주세요."

부자가 되고 싶은 그이지만, 주식시장을 교란하고 돈을 만지는 것이 그저 '재미있어서' 하는 번호표(유지태)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와 우리에게 돈은 안락한 삶과 생존의 수단이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승부나 재미의 문제이다. 서민에게 돈은 일정 액수를 넘어가면 그냥 숫자일 뿐, 0이 더 붙고 덜 붙는다고 해서 행복하거나 불행해지지 않는다.

결말 부분에서 조일현이 번호표에 대한 정보를 금융감독원 한지철(조우진)에게 다 넘기면서도, 참고인 조사를 피하기 위해 유유히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참고인 조사를 받다보면 어느새 피고인이 되어있곤 하더라'는 말을 남긴 채. 도덕적 의무감 같은 숭고한 목적이 아니라 살기 위해, 번호표의 노예가 되어 있는 자신의 처지를 탈피하기 위해 영리하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이 미워보이지 않는다. 어느 쪽도 100% 믿지 않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모습은 비슷한 부류의 다른 영화 주인공들에 비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돈 앞에 갈등하고, 방황하는. 지금 팔까 나중에 팔까 고민하는. 들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귀 쫑긋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우리에게 왠지 위로가 되는 영화였다.

<여행> 드디어, 제주다 4편

기타/일상 2019. 3. 10. 23:20 Posted by thankful_genie

나의 BEST PLACE No.2 비자림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가 비자림이다.

구좌읍 비자림은 비자나무가 자연적으로 군락을 이루며 서식하게 된 곳이며

순림에 해당한다.

 

순림이란?

90% 이상이 단일 수종으로 이루어진 곳을 일컫는다.

 

흙이 화산 쇄설물이기 때문에 붉은 빛을 띈다. 폭신해서 걷기 편하다. (그러나 코스에 자갈길도 있다.)

 

 

 

 

최근에 식물학자 호프자런이 쓴 에세이 랩걸(lab girl)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 덕분인지 비자 나무가 더욱 신비롭게 다가왔다.

 

책에서 알게 된 바에 따르면 나무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대신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방법을 만들어내었다. 벌레를 내쫓기 위한 물질을 내뿜는다던지, 가지를 물에 둥둥 띄워 보내 먼 지역까지 자손을 이동시킨다던지... (짧은 기억력ㅋ)  

 

 

그렇게 식물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방문했다.

 

소감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나무의 세계

나무가 주인이고 우리가 이방인인 것처럼 느껴지는 곳!

 

물론 그곳을 200%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해설을 들으며 둘러보았기 때문이다.

 

 

 

 

 

한시간 반 가량 숲해설을 들으며 비자림을 둘러보면

비자 나무의 현명함에 감탄하게 되고

알게 되는만큼 숲이 더 풍성하게 보인다.

강추!

 

숲 입구까지만 해설하는 타임이 몇개 있기 때문에

전체 해설을 들으려면 미리 문의해보고 가면 좋을 것 같다.

 

비자림 안내소

064-710-7912

 

 

 

비자 나무가 살아남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이것!

닭뼈같이 생긴 이것이 비자 나무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들은 햇빛을 잘 받을 수 없거나 성장 가능성이 낮은 가지 부분을 스스로 떨어뜨린다.

 

 

 

나무가 겨울에 잎을 떨어뜨리는 건 매년 보는 풍경이지만, 이렇게 가지를 떨어뜨린단 얘기는 처음이다.

 

이 나무가 살아남는 방법은 뭔가 내 마음을 겸허하게 했다.

 

생존은 누구에게든 치열하다.

 

 

 

 

 

 

 

 

 

새천년 나무. 2천년을 살았다.

사진이 담아내지 못하는 신비로움과 에너지가 있다.

 

평소 산에 들어가면 나무가 내뿜는 공기가 차갑게 느껴지곤해서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데

비자 나무들은 나를 둘러싸 포근하게 해주었다. 따뜻함을 주는 나무인가보다.

 

비자림에는 사진이 담아낼 수 없는 멋짐과 따뜻함, 편안함이 있다.

운동화 신고 해설 들으면서 천천히 그들의 세상을 둘러보자.

출구를 나오며 왠지 힐링된 자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친절한 비자씨 카페

 

비자림 입구에서 버스정류장 쪽으로 조금만 걸어나올 수 있으면 만날 수 있는 카페

가까워서 잠깐 쉬고 가기에 참 좋다.

 

 

창밖 풍경이 편안하면서도 앤틱한 가구로 유니크한 느낌이 들었던 곳

그러나 노래는 버즈 겁쟁이, 김경호 금지된 사랑이 나오던~ ㅋ 록발라드 스타일?

 

오렌지햇살이란 메뉴를 먹었는데,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나쁘지 않았음!

가격대가 저렴하고 혼자서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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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디어, 제주다 3편

기타/일상 2019. 2. 24. 21:56 Posted by thankful_genie

나의 BEST PLACE No.4 용눈이오름

 

 

 

 

이런 푸릇푸릇함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고 올라간 첫 오름이다.

 

내가 본 것은... 엥? 누렁누렁~

아직 날이 밝지 않아서 그렇겠지....

초록초록한 부분이 있을 거야. ㅎ

 

 

 

 

 

날이 밝아도 누렁누렁이었다 ㅋㅋㅋ

 

사진으로 찍진 못했지만 멀리서 용눈이 오름을 보면 마치 임신한 여자가 누워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그 모양이 아름다웠다. 멀리서 그 모양을 전체적으로 볼 때 제일 멋있었다.

 

분화구 부분은 여인의 등허리가 움푹 파인 부분 같고, 어떤 곳에선 엉덩이같은 모양도 보인다.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동틀 때 올라가는 건 비추다.

너무 추움 ㅋㅋㅋ 해 꼭 안봐도 된다ㅠㅠ

겨울에는 11시 경에 올라가면 좋을듯

따뜻한 햇살 받으며~

 

봄, 가을에 가볍게 오르기 좋을 것 같다.

 

오름의 매력은..

같은 계절 같은 날에도, 허락하는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아닐까?

그래서 다시 가고 싶다. 다른 계절, 다른 날에.

 

 

제주 오름 게스트하우스

 

 

 

아침에 오름 투어를 해주는 곳이다.

용눈이 오름과 백약이 오름을 주로 올라가는 듯하다.

해먹에 누워서 밤하늘 별을 볼 수 있다. 

온돌방이라 따뜻하고 편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나 든든한 아침밥을 주신다. 정말 든든하다. 점심이 지나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해 뜨는 걸 보기 위해 오름에 올라가면 이런 사진을 찍어 주신다. 한명씩 꼭 찍어야 한다 ㅋ

 

동틀 무렵은 눈으로 보는 것 보다 사진이 더 멋있게 나오는 것 같다 ㅋㅋ

 

정말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가장 불편한 게 교통이다. 세화리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전화하면 촌장님이 매번 픽업을 해주긴 하지만 오갈 때마다 픽업을 부탁하는 게 신경이 쓰였다. 렌트카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좋다. 주차할 공간과 마당이 넓으니까. 그리고 밤에 조용해서 편안하게 오래 묵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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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디어, 제주다 2편

기타/일상 2019. 2. 24. 20:34 Posted by thankful_genie

다음번에 제주도를 여행하게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은 곳

나의 BEST PLACE No3. 금능해변

 

금능해변

 

 

월정리 해변, 애월항에 연타로 실망하고 에메랄드빛 바다를 찾아 헤매다 친구의 추천으로 가게 된 금능해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야자수들과 돌하르방. 그리고 그 넘어에 펼쳐져있는 초록 보라 노랑으로 물든 다채로운 바다.. 우와. 오늘은 이 바다를 보게 되었으니 성공이다!

 

 

 

 

비양도가 보인다.

크림색 모래가 보일락말락 바닷물과 어우러져 바다 색을 더욱 다채롭게 했다.

 

 

금능해변 카페 PARA TODOS

 

 

 

아메리카노가 맛있고 나무 탁자가 멋있는 곳에서

오래오래 바다를 감상했다.

 

 

 

일정 중 다시 간 금능해변

좋은 곳엔 다시 가고 싶으니까!

 

날씨가 달라지니 색깔도 달라진다.

좀 더 파래진 모습~

나름대로 또 매력이 있다.

 

 

 

 

 

금능해변에서 근처 협재해수욕장으로 걸어가는 길

 

바람이 엄청 부는 길

 

하지만 멀리 보이는 비양도와 경치가 정말 예쁘다.

 

 

 

 

 

 

 

 

 

 

 

 

 

 

 

 

 

 

 

 

 

 

협재칼국수

 

 

SOSO. 나는 기본인 보말칼국수.

살짝 비린듯 했지만 제주 와서 먹은 것 중 나쁘지 않았다. 추우니까 따뜻한 걸루!

 

 

 

 

반면 나의 NO RECOMMENDATION

 

애월항

 

 

 

 

 

 

효리네민박에 나온 근처의 한담해안산책로 덕분인지 유명해진 곳인가?

관광지 느낌이 너~~~무 나는 반면 볼거리는 없었다.

 

날씨 탓인지 바다는 시커멓고 늘어서 있는 카페에는 번호표를 받아서 들어갈 정도로 사람이 꽉 차서 여유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근처 한담해안산책로는 날씨가 따뜻할 때 걷기 좋을 것 같다.

 

기억에 남지 않고 볼 것 없었던 애월항

 

 

 

 

 

 

 

 

 

 

 

 

 

 

 

 

우영담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식당이라고 해서 방문해 보았는데 SOSO.

전복돌솥밥과 탕 종류인 전복뚝배기가 대표 메뉴이다.

 

나는 전복돌솥밥

전복이 들어있는 돌솥밥에 전복장을 비벼 먹는 형식이었는데, 전복장이 살짝 비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좋아하는 분도 많다고 하니 ^^

 

아쉬운 점! 잔반찬이 전체적으로 달아서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재료는 싱싱한 것 같은데... 무침장이..

친절도는 조금 떨어졌다. 15000원 주고 다시 먹으러 가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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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디어, 제주다 1편

기타/일상 2019. 2. 24. 19:23 Posted by thankful_genie

너무나 떠나고 싶었다!

집돌이 버즈 민경훈도 드디어 집을 벗어나 힐링하러 다니는데... (버즈 팬입니다 ㅋ)

 

 

나도 너무나 힐링이 필요한데...

면접이 일주일이나 밀리는 바람에, "미친건가" 했지만

오랫동안 여행을 간 적이 없다는 사실... 이번이 어쩌면 사회인이 되기 전 마지막 여행일지 모른다는 예감.

반나절만에 여행을 결정하고 '효리네민박'을 보며 가고 싶었던 제주로 떠났다.

 

내가 상상했던 제주는

야자수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포근한 바다

 

하.지.만.

 

 

어둑어둑. 누렁누렁

 

 

 

바람이 느껴지는가?

장풍! 때문이 아니라 ㅋㅋㅋㅋㅋ

여행 내내 저렇게 내 머리칼을 때리쳤던 바람! 요놈!!

 

효리네민박에서 이효리는 바람이 본인을 자유롭게 하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바람을 싫어한다는 것을 ㅋㅋㅋ

 

제주도에 준비 없이 가면 고생길이 훤히 열린다는 걸 경험했다!

 

첫째. 따뜻한 날씨를 기대했다면 제주도 바람에 온몸이 얼어붙을지도. (2월 중순) 유채꽃이 폈지만 바람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어딜 가든 추웠다. 롱패딩을 입은 사람들 속에서 얇은 반패딩을 입고 간 나는 덜덜 떨기 일쑤. 날씨 꼭 잘 알아보고 갈 것!

 

둘째. 뚜벅이에게 최악의? 장소. 오름에서 일몰을 보고 싶어서 관광지순환버스를 탔으나(810번) 돌아오는 말은

"지금 들어가면 나오는 차가 없어요. 가로등 하나 없는 길에서 노루가 뛰어다니는 모습이나 보게 될 거예요." "에이~" "정말이에요!" ㅠㅠ 810번 안내사분의 이야기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오름을 오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관광지 순환버스의 막차가 6시 경이니 뚜벅이는 오름에서 일몰을 볼 수가 없었엉~

제주 관광지순환버스 노선도

 

셋째. 겨울의 바다는 너~무 춥다!

에메랄드빛의 바다. 기대한 대로였다. 아름다웠다. 그렇지만 강풍에 머리칼이 휙휙 날아가는 상황에서 미친척 한두시간 바닷가를 거닐고 나니 이게 뭐하는 건가.. 에메랄드빛의 바다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렌트카로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차 안에서 해변을 감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보다는 여름에 오는 게 제일일듯! 물이 맑아서 여름에 해수욕하기 좋아 보였다.

 

넷째. 나만의 제주 여행 테마가 무엇인가?

제주를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 나는 왜 제주에 가고 싶은가?

휴식인가, 관광인가, 체험인가?

테마파크인가, 오름인가?

 

제주에서 뭘 하고 싶은지 정하지 않고 오는 경우 이것저것 많은 선택지에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14년만에 제주가 처음이었는데,

그래서 대체 제주 여행에서 뭘 원하는지 알지도 못한채 효리네민박만 믿고 왔어 ㅠㅠ

그냥 생각이 닿는 대로 여기저기 다니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고즈넉한 돌담, 마을 풍경, 혼저옵서예.... 내가 상상하던 것들! 그러나 지금은 만원으로 밥사먹기 힘든 곳이다

내가 번 돈 마음껏 쓰겠다고 맘 먹은 사람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아껴서 여행해야 하는 자라면... 비싼 물가에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다.

그래서 목표와 테마를 정확히 정하고 오기를!

알고 보면 멋진 게 많은 곳이라 오기 전에 시간 투자를 할수록 더 얻어가는 여행이 될 것이다.

 

 

당장 집에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춥고 지치고, 멀고(버스에서 한시간은 기본) 그리고 돈이 없었지만

다시 제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나의 BEST PLACE !!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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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영화도 다시 보면 달리 보인다.

그래서 오래 전 봤던 컨텐츠를 다시 보는 걸 좋아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년 극장에서 보았을 땐 그저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권장하는 주제로만 받아들였다면,

 

2019년 직장인이 되려하는 시기에 바라본 주인공 월터는

자기만의 여행을 떠나려는 도전자이며

그 도전을 하기까지 용기의 무게가 달리 느껴졌다.

 

반복되는 일상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는 우리에게 특정한 역할을 요구한다.

그 워너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쓴 시선을 받게 된다.

 

 

 

그렇게 주어진 역할만을 해내는 데 많은 시간을 쓰다보면

진짜 나를 경험하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보면 잊게 된다. 역할 지어지지 않은 순수한 나는 누구였는지.

 

그래서

 

가끔은 용기를 내어

진짜 나로 사는 시간을 내어

즐겨야 한다고 영화는 말해준다.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모험, 헛된 상상, 우스운 일

우리가 주로 이렇게 일컫는 것들이

사실은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어 상상해온 일들이 아니었을까?

 

인생에서 상상해보던 것들

새로운 자극을

한 번 경험해보는 시간이야말로 일상과 더불어 꼭 필요할 것이다.

 

 

나의 경우

아름다운 곳,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존재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언제 찍을 거예요?

 

어땐 때는 안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개인적으론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무르고 싶지

 

 

아름다운 것은 누군가 아름답게 봐주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고

 

일상을 견고하게 살아내는 것

가끔 역할 지어지지 않은 나의 모습을 용기있게 즐기는 것

모두 아름다운 것에 속한다.

 

지금 이 영화가 유난히 크게 와닿았던 건 아마도,

"직장인이 된다는 건, 멀고 긴 호흡을 시작하는 거겠지." 란 생각에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기 때문일거다.

오랫동안 취준생이었기에 규칙적이고 역할 지어진 직장인의 생활이 부러운 적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지금까지의 가난한 자유를 갑자기 놓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일을 시작하고 언젠가 순수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나지 않을 때

그 순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고 

경험할 용기를 갖길 바란다고.

월터가 그러했듯이.

 

 

welcome 2019!

기타/일상 2019. 1. 1. 09:32 Posted by thankful_genie

누군가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새해를 생생하게 보고 있다.

나는 하루 하루

내가 원하는 내 모습

으로 변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올해도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자..

새해야 반가워~
이번에도 잘 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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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를 읽을때만 해도 열다섯의 어린 학생과 삼십대 여자의 충격적 사랑의 모양새에, 그것도 육체적 사랑에 포커스를 맞추어 흥미 위주로 그린 책이라 생각했다. 사실 미하엘과 한나가 만나서 사랑을 나누게 되는 처음 과정은 어떻게 보면 역겹고, 한나라는 인물에 대해서 반감을 가질 정도로 이해가 안되는 장면이기는 하다. 그 부분을 읽을때만 해도 한나라는 여인은 젊고 순진한 어린 청년을 잠자리 상대로만 즐기는, 아주 천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 부터 한나는 미하엘에게 관계를 하기 전에 꼭 책을 읽어주기를 요구한다. 책을 읽으며 흐름을 따라가는 일은 꽤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그 동안 미하엘도 들끓던 욕망이 진정이 되곤 했다. 한나는 미하엘이 낭독해 주는 책을 들으면서, 직접 참여하여 격하게 반응하며 자기 의견을 말하다가도, 어느 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책에 집중한다.
책을 어느정도 읽어주고 나면, 둘은 사랑을 하고, 그 후에 잠깐 잠이 들었다. 그런 '의식'이 반복되었다. 
 
 
이 책은 미하엘의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줄줄 써내려갔기 때문에 읽다보면 마치 내가 미하엘이 된 듯 하다. 한나는 미하엘에 대해 궁금해 하지도 않고 자신에 대해 말을 하지도 않는다. 사랑하면 상대에 대해 알고 싶어지는데, 한나를 보며 역시 미하엘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싸울 일이 생길 때는 미하엘은 한나를 잃을 까봐 겁이 나서 굴욕적으로 자기가 잘못했다고 매번 사과하지 않아도 될 일을 사과한다. 사랑했기 때문에 그리고 어리고 순수했기 때문에. 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하엘이 학교로 돌아가 진급도 하고, 또래 학생들이랑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가끔 한나를 찾아가는것을 잊기 시작한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열정스런 마음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점점 한나가 꺼려졌던 것이다. 미하엘이 한나를 멀리하기 시작할 즈음, 한나가 떠난다. 한마디 말도 없이. 미하엘은 자신이 한나를 '배반'했기 때문에 한나가 떠났다고 생각하고 괴로워 한다. 아주 오랫동안 미하엘은 한나가 자신 때문에 떠났으리라 죄책감에 괴로워 한다.
 
 
 
미하엘은 한나를 매우 사랑했음에 틀림없다. 나이와 사랑한다는 행위는 별로 관련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관련이 있을지 모르나,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는 그 자체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것 같다. 한나가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미하엘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이 책 전체에 너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던 미하엘은 대학생이 된 이후에, 법정 세미나에 참석해서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한나를 만나게 된다.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미하엘을 마취된 상태로 이끈다. 미하엘 뿐 아니라 법정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마취된 상태로 만든다. 처음에는 자극적이고, 감정이 복받쳐 오르거나 분노가 솟거나 하던 법정이 재판 횟수를 거듭할 수록 사람들에게 점점 덜 자극적이고, 평범해진다. 상황이 자신과 관련없는 양 객관적으로 보이게 되고, 그러므로써 판단하는데 점점 잔인해 진다.  한나에게 퍼붓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한나가 점점 불리해지게 만들었다. 재판을 지켜보는 미하엘의 의식 흐름을 따라가며 느낀 것이, 누구의 죄를 판단하고, 기소하는 따위의 일들, 즉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얼마나 '단순화 시키는'일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주 그런 단순화 작업이 사람의 죄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그저 추궁하고 지치게 만드는데 지나지 않기도 한다.
미하엘이 나중에 법관이나 변호사가 아닌 법제사란 직업을 택하게 된 이유도 이 단순화 시키는 일이 자기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쨋든 재판의 내용은 계속 한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으나, 한나는 진실만을  말하려고 고집스럽게 노력했다. 나치 강제수용소의 감시원이었던 한나는 교회에서 수감자들이 갇혀 불에 타 죽은 일에 대한 책임을 추궁 당하며 재판을 받는 상황이다. 한나는 교회 문을 열어주면 수감자들이 다 도망을 가버릴까봐 겁이 났고, 어쩔 줄 몰라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남자 감시원들이 갑자기 사라진 상황이라 몇 안되는 여자 감시원들이 그 많은 수감자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랐으며, 그들은 어차피 많이 허약해져 있어 곧 죽을것이라 생각했다는 말도. 정말 정직하게, 진솔하게 말한다.
 
 
 
그런데 법정은 이런 진술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 눈치다. 그들 또한 전후 시대에 있어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를 겪고 나서도, 친일파들이 여전히 권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들이 이를 알면서도 넘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법정에 있는 재판관들 뿐 아니라 교회에 불이 났을 때 목격한 마을의 사람들 역시, 모두 치명적인 질문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마을의 목격자 중 아무도, 교회 안에서 타 죽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어주려 하지 않았고 어쩔 줄 몰라 가만히 구경만 했기 때문이다. 모두 서로의 죄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그것을 한나라는 사람을 통해 분노로 표출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한나는 재판관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럼 어떻게 했겠어요?' 라고.
일순 법정을 긴장시키는, 그 뼈 있는 질문. 판사는 그에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상황은 한나에게 점점 더 불리해진다. 심지어 나머지 피의자들도 합세해 거짓말을 하며 한나를 궁지에 몰아 넣는다.
 
 
 
마지막에 한나는 딱 한번 거짓을 말한다. 그것은 그녀 평생의 치부에 관한 것이었고, 거짓을 말한것은 그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선택이었다. 그녀는 문맹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재판을 위해 자료를 읽을 수도 없어 미리 준비하지도 못했고, 어쩔 수 없이 강제수용소 감시원 일을 하게 된 것도 다 그녀가 문맹이었으며, 그것을 매우 수치스러워 하고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했던 이유이다.
자기 스스로의 위엄... 이라고 말해야 할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숨긴다. 그것을 밝히면 자신의 무죄가 입증 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는 미하엘은 그녀가 얼른 밝히기를 바라나 그녀는 끝까지 그러지 않는다.
 
 
 
한나는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미하엘은 끊임없이 한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그 당시 강제수용소가 어떤 곳이었는지에 대한 자료나 지식도 없었기 때문에, 한나가 강제수용소에서 몰인정한 감시원 역할을 했으리라 상상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으며 매우 제한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자리잡게 했다. 자신이 원래 알던 한나의 아름답고 젊은 모습과, 그 부정적인 모습이 서로 겹치면서 그는 괴로워 한다. '나는 한나의 범죄를 이해하고, 그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범죄를 이해하려고 할 때마다 그녀의 범죄에 합당한 유죄판결을 결코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범죄에 합당한 유죄 판결을 내리려고 하면 그녀의 범죄를 이해할 수 있는 한 뼘의 공간도 남아있지 않았다'라고 미하엘은 말한다. 그녀를 이해하고 싶었다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녀를 또다시 배반하는 것이라고...
 
 
 
 
미하엘의 이 의식 흐름이 왜 이렇게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필사적으로, 어떻게든 이해하고 싶은 마음. 그런데 이해할 근본적인 자료나 기억, 정보도 없는걸 느꼈을때의 기분. 미하엘은 참 오랫동안 한나에 대해 생각하고, 시달리고, 끊임없이 쫓아다니는 생각에 가끔 지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마치 자신과는 동떨어진 일인 양 마취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미하엘은 한나가 수감된지 8년째 되던 해부터 그녀에게 책을 읽어 녹음해서 소포를 보내기 시작한다. 10년동안 한나는 미하엘이 보내준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해서 글을 조금씩 익혔으리라. 어느날 그녀에게서 짤막한 편지가 돌아왔다. 그녀가 드디어 글을 쓸 수 있게 된것이다. 그때 미하엘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찾아가지도, 답장을 쓰지도 않는다. 아마 추억 그대로 남겨두고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어느정도 남의 일인 양 객관적으로, 멀찍이 떨어져서 보고 싶었고, 다시 그때의 힘들었던 일과 생각과 그 분위기의 소용돌이 중심에 놓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속으로 빠지기가 두려웠으리라~
 
 
한나는 사면회로부터 사면이 되어, 출소를 앞두게 된다. 그리고 미하엘과 만나게 되는데 뚱뚱하고 나이가 들어버린 한나의 모습에 미하엘은 어쩔 수 없는 거리를 느꼈으리라. 출소하기 하루 전날 한나는 자살을 해버린다.
 
 
한나의 인생이 참 기구하고, 요령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도 만들었다. 정말 내가 한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어야 헸을까?
너무 일찍 평생 가슴에 남을 아프고 진한 경험을 해 버린 미하엘이 안타깝기도 했고... 그 흔적 자체가 미하엘의 인생을 이루는 구성이 되리라.
 
 
 

 
평소 철학적인 생각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의식의 흐름을 읽다 보면 공감할 때가 많다. 그리고 사람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해본 나로서는 이 책의 주인공 미하엘의 마음이 조금은 복잡하고 정신이 없었지만, 비교적 잘 읽혔던 것 같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었고~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조금 우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미하엘의 경우처럼, 인생에서 어떤 강렬하고 중요했던 일, 가령 사랑이나 어떤 사건... 따위는 개인에게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흔적을 남긴다. 평생이란 시간을 걸쳐 일어나는 이 사건들이 곧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려낸다. 마취된 상태처럼 자신의 일이 아니고 먼, 남의 일처럼 느껴지다가도, 기억 조차 나지 않다가도 어느새 당장 눈앞의 일 처럼, 현재의 생생한 느낌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멀었다 가까웠다 하면서, 우리의 모습을 점점 변화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
 
 
 

2018년 12월 23일
버즈 전국투어 대구콘서트를 다녀오고 나서..
 
 

 
 
 
 
 
 
 
 
 
 
 

살면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뭔지 안다는 건 행운이다.

 

현재 나에게는 중학교 시절의 밴드 버즈 콘서트가 그랬듯이

 

버즈 공연이나 콘서트에 가는 게 나를 신나고 행복하게 한다.

 

 

 
 
 
 
 
 
 
 
 
 
 
지난 9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던 조이올팍페스티벌에 가서
너른 잔디밭에서 팡팡 뛰며 버즈 노래를 즐겼을 때는
갔다온 후 일주일동안 에너지가 넘쳤다.
일상을 대하는 게 만족스러웠다.
 

 

좋아하고 오래 지켜보고
지금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앞으로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뿐만 아니라 마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듯이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싶은
 
그렇게 어느새 마음 속 가까운 친구같이 느껴지는 팬과 가수의 관계 ㅎ (우리 엄마는 이해 못하는) 
신기하기도 하고 ㅎ
 

 
 
오늘 콘서트의 특징이 있다면, 멤버들 개인 무대 시간이 있다는 것.
버즈 해체 후 각자의 길을 걸어가며 했던 음악 (경훈의 소풍 앨범 수록곡 빛, 성희의 포스플로어 시절 be with you)
그리고 우현, 준기, 예준은 각자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불렀는데
마음에 들었다.
 
보통 콘서트에서 멤버들이 이야기를 많이 안해서 오래 봐왔음에도... 거리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콘에서는 멤버간에 대화가 자유롭게 많이 오가서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전 나온 미니앨범이 멜론 차트 100순위에 들지 못해 가수도, 팬도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다행인 것은 그래도 주눅들지 않고 서로 으쌰으쌰할 만큼 팬도 가수도 성숙해진 것 같아서..

 

오래 음악을 해나갈 자세를 가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의 전국투어 콘서트 중에 무대와 음향이 가장 좋지 않았나 생각이 될 정도로,

악기 음향과 무대 영상이 좋았다.

 

단골로 등장하는 1집 메들리 연주 부분도 편곡을 살짝 바꿔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고 ^^

악기가 훨씬 풍성해진 것 같아 좋았다.

 
 
 
 
 
 
 
 
 
 
 
 
 
 
한동안 현생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만약 돈도 없고 여유도 없는 상황에 무슨 콘서트인가 생각했다면,
그래도 그냥저냥 살아가긴 했겠지만
 
그래도 행복감을 느끼게 주는 버즈 무대이니까...
그들이 땀 흘린 결과물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2019년 1월 12, 13일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 콘서트도 기대하며..
오래오래 무대에서 보기를!

<영화 리뷰> 1987: when the day comes (2017)

마음에드는/영화 2018. 1. 29. 23:44 Posted by thankful_genie

영화 1987: 그날이 오면

 

 

 

영화를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의 경우 일상의 반복과 바쁨에 눌려 소위 잡생각만 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진짜 '생각'을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영화이다.

1987의 경우 더욱 그 역할을 잘 했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의 가치와, 그 과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어디에서나 적용되는 힘의 논리에 대해서도...

 

힘의 논리는 명백하고 예외가 없다.

어디로부터 비롯된 힘인가와 상관 없이 세상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그것을 벗어날 길은 없다.

시대의 소용돌이를 비롯해...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사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존재할까?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서, 사회의 역할과 행동에서, 정치에서...

수많은 관계에서 우리는 힘이란 거대한 놈과 마주하고, 선택의 기로에 서서 괴로운 순간을 보낸다.

모든 사람은 평화롭고 행복하고 싶어 하는데도...

그런건 신경이나 쓰지도 않는다는 듯이 그놈은 우리에게 다가와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게 만든다.

1987년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 불편하고 만나지않고 싶은 놈과 직면한 시간이었다.

인생에선 참, 이런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 것이다...

 

 

여하튼 그 불편한 놈을 직면했을 때, 우리 모두는 '선택'을 하는데

다수는 자신의 선택이 세상에 가벼운 영향을 주거나, 혹은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 중 한명, 티끌같은 자신의 '가벼운' 선택이 대체 무엇을 바꾸고,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느냔 말이다.

 

제일 쉬운 방법이다.

자신을 속이고 진실 앞에 얇은 가림막을 세우는 것...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의점은 시간이 지나서 진실을 마주했을 때 세 배, 네 배로 괴로울 거란 사실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시간이 지나도 자기 반성을 할 줄 모르는 사람.. 자기 합리화의 꺼풀을 벗겨내지 못하는 사람

차라리 본인을 속일지언정, 진실과 타인에 관심을 두지 않는 나약한 사람

오직 본인의 평안만을 생각하는 인간..

그런 인간은 전혀 괴롭지 않을 것이다.

 

 

나비효과, 홀로코스트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홀로코스트의 대표적인 사건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이다.

이후에 국제적으로 반성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물론 이또한 승자의 법칙이지만)

유대인 학살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나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된 걸로 알고 있다.

 

학살의 과정에는 수많은 간수들이 참여했지만, 그들은 참으로 평화로운 선택을 했다.

자신의 이성과 생각을 마비시켰다. 이성이 끼어들려고 할 때마다

"위에서 시키는 것이니 선택에 나의 무게는 들어있지 않다"고 합리화했다.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나의 역할과 선택, 행동의 영향력을 무시했기 때문에 대학살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떨까?

힘의 논리와 직면했을 때 우리의 선택은 어떨까?

그리고 1987년 수많은 연희와 누나, 삼촌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 것이라고 구분지을 수는 없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잘 지키는 것이 선이고, 누군가에겐 타인이지만 약자의 목소리를 듣는 게 선이다.

 

그래서 선택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 모두 전심을 다했을까?

나의 선택, 작은 행동이 세상에 끼칠 영향을 무시해버리진 않았을까...

그렇게 나를 속여서 마음의 짐을 덜진 않았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질문은

나라면..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과 행동으로 나의 영향력을 세상에 내보냈을까.

 

힘에 부딪힘을 선택하면 어떤 경우든 나는 반토막이 날 수가 있다. 그래서 두렵고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 데에는, 6.10항쟁이 일어나게 된 데에는

타인이 곧 나이고 내가 곧 타인이고, 그들을 사랑하고, 인간이자 생명으로서 연민하는, 공감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곧 힘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힘이 없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수많은 사람의 생각이 모이면 그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휘한다고 믿는다.

 

역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시대를 펼친 주인공은 항상 뭉쳐진 약자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약자는 다수이고 권력을 가진 강자는 소수이기 때문이다.

약자 개개인의 '생각'과 '선택' 그리고 '행동'으로부터 진짜 변화가 비롯되어왔다.

단지, 인간은 너무 짧은 생을 살기에.. 그 과정을 선명하게 인지하기 힘들 뿐이다.

 

 

 

영화에선 정의와 진실을 선택한 수많은 개개인이 존재했다.

교도관장, 연희, 이한열 열사, 언론 기자들, 유가족들,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

덕분에 지금은 진실이 밝혀져 1987이란 영화로 부끄러운 시간을 뒤돌아볼 수 있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피로 쓴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던가...

국민이 주인인 나라,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준 지나간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또한, 평소에 갖고 있던 '진실'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조금 거둘 수 있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이야기는, 거짓말같아 보였는데...

이젠 부정도, 긍정도 안하게 되었다.

물리적인 힘이 무서운 만큼, 정의와 진실을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힘도 거대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