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범죄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리 묘사는 부족하고, 감정에만 호소하거나 긴장감만 잔뜩 끌어올린 후 권선징악으로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영화 돈에서는 주인공 조일현(류준열)의 미묘한 심리 변화에 집중하며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심리가 일편적이지 않고 다양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이고 솔직한 주인공이란 느낌이었다.

부자가 되고 싶었다.

초반과 엔딩 대사이자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교훈을 주거나 메세지를 던지지 않는다. 그저 '부자가 되고 싶었다.'는 솔직한 욕망을 이야기한다. 서민 대부분이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명확하다. 돈 없으면 불안하고 여유 없는 한국 사회에서의 생활.. 그걸 탈피하고 싶은 마음.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

 

복분자 농장을 손수 운영하며 일손도 쓰지 않는 부모님이 안쓰럽다.

 

말미에 그의 대사가 마음을 파고 든다. "번호표(유지태)에게 그 돈 다 어디에 쓸 건지 한 번 물어봐 주세요."

부자가 되고 싶은 그이지만, 주식시장을 교란하고 돈을 만지는 것이 그저 '재미있어서' 하는 번호표(유지태)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와 우리에게 돈은 안락한 삶과 생존의 수단이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승부나 재미의 문제이다. 서민에게 돈은 일정 액수를 넘어가면 그냥 숫자일 뿐, 0이 더 붙고 덜 붙는다고 해서 행복하거나 불행해지지 않는다.

결말 부분에서 조일현이 번호표에 대한 정보를 금융감독원 한지철(조우진)에게 다 넘기면서도, 참고인 조사를 피하기 위해 유유히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참고인 조사를 받다보면 어느새 피고인이 되어있곤 하더라'는 말을 남긴 채. 도덕적 의무감 같은 숭고한 목적이 아니라 살기 위해, 번호표의 노예가 되어 있는 자신의 처지를 탈피하기 위해 영리하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이 미워보이지 않는다. 어느 쪽도 100% 믿지 않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모습은 비슷한 부류의 다른 영화 주인공들에 비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돈 앞에 갈등하고, 방황하는. 지금 팔까 나중에 팔까 고민하는. 들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귀 쫑긋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우리에게 왠지 위로가 되는 영화였다.

같은 영화도 다시 보면 달리 보인다.

그래서 오래 전 봤던 컨텐츠를 다시 보는 걸 좋아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년 극장에서 보았을 땐 그저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권장하는 주제로만 받아들였다면,

 

2019년 직장인이 되려하는 시기에 바라본 주인공 월터는

자기만의 여행을 떠나려는 도전자이며

그 도전을 하기까지 용기의 무게가 달리 느껴졌다.

 

반복되는 일상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는 우리에게 특정한 역할을 요구한다.

그 워너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쓴 시선을 받게 된다.

 

 

 

그렇게 주어진 역할만을 해내는 데 많은 시간을 쓰다보면

진짜 나를 경험하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보면 잊게 된다. 역할 지어지지 않은 순수한 나는 누구였는지.

 

그래서

 

가끔은 용기를 내어

진짜 나로 사는 시간을 내어

즐겨야 한다고 영화는 말해준다.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모험, 헛된 상상, 우스운 일

우리가 주로 이렇게 일컫는 것들이

사실은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어 상상해온 일들이 아니었을까?

 

인생에서 상상해보던 것들

새로운 자극을

한 번 경험해보는 시간이야말로 일상과 더불어 꼭 필요할 것이다.

 

 

나의 경우

아름다운 곳,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존재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언제 찍을 거예요?

 

어땐 때는 안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개인적으론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무르고 싶지

 

 

아름다운 것은 누군가 아름답게 봐주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고

 

일상을 견고하게 살아내는 것

가끔 역할 지어지지 않은 나의 모습을 용기있게 즐기는 것

모두 아름다운 것에 속한다.

 

지금 이 영화가 유난히 크게 와닿았던 건 아마도,

"직장인이 된다는 건, 멀고 긴 호흡을 시작하는 거겠지." 란 생각에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기 때문일거다.

오랫동안 취준생이었기에 규칙적이고 역할 지어진 직장인의 생활이 부러운 적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지금까지의 가난한 자유를 갑자기 놓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일을 시작하고 언젠가 순수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나지 않을 때

그 순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고 

경험할 용기를 갖길 바란다고.

월터가 그러했듯이.

 

 

<영화 리뷰> 1987: when the day comes (2017)

마음에드는/영화 2018. 1. 29. 23:44 Posted by thankful_genie

영화 1987: 그날이 오면

 

 

 

영화를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의 경우 일상의 반복과 바쁨에 눌려 소위 잡생각만 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진짜 '생각'을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영화이다.

1987의 경우 더욱 그 역할을 잘 했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의 가치와, 그 과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어디에서나 적용되는 힘의 논리에 대해서도...

 

힘의 논리는 명백하고 예외가 없다.

어디로부터 비롯된 힘인가와 상관 없이 세상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그것을 벗어날 길은 없다.

시대의 소용돌이를 비롯해...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사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존재할까?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서, 사회의 역할과 행동에서, 정치에서...

수많은 관계에서 우리는 힘이란 거대한 놈과 마주하고, 선택의 기로에 서서 괴로운 순간을 보낸다.

모든 사람은 평화롭고 행복하고 싶어 하는데도...

그런건 신경이나 쓰지도 않는다는 듯이 그놈은 우리에게 다가와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게 만든다.

1987년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 불편하고 만나지않고 싶은 놈과 직면한 시간이었다.

인생에선 참, 이런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 것이다...

 

 

여하튼 그 불편한 놈을 직면했을 때, 우리 모두는 '선택'을 하는데

다수는 자신의 선택이 세상에 가벼운 영향을 주거나, 혹은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 중 한명, 티끌같은 자신의 '가벼운' 선택이 대체 무엇을 바꾸고,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느냔 말이다.

 

제일 쉬운 방법이다.

자신을 속이고 진실 앞에 얇은 가림막을 세우는 것...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의점은 시간이 지나서 진실을 마주했을 때 세 배, 네 배로 괴로울 거란 사실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시간이 지나도 자기 반성을 할 줄 모르는 사람.. 자기 합리화의 꺼풀을 벗겨내지 못하는 사람

차라리 본인을 속일지언정, 진실과 타인에 관심을 두지 않는 나약한 사람

오직 본인의 평안만을 생각하는 인간..

그런 인간은 전혀 괴롭지 않을 것이다.

 

 

나비효과, 홀로코스트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홀로코스트의 대표적인 사건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이다.

이후에 국제적으로 반성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물론 이또한 승자의 법칙이지만)

유대인 학살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나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된 걸로 알고 있다.

 

학살의 과정에는 수많은 간수들이 참여했지만, 그들은 참으로 평화로운 선택을 했다.

자신의 이성과 생각을 마비시켰다. 이성이 끼어들려고 할 때마다

"위에서 시키는 것이니 선택에 나의 무게는 들어있지 않다"고 합리화했다.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나의 역할과 선택, 행동의 영향력을 무시했기 때문에 대학살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떨까?

힘의 논리와 직면했을 때 우리의 선택은 어떨까?

그리고 1987년 수많은 연희와 누나, 삼촌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른 것이라고 구분지을 수는 없다.

누군가에겐 가족을 잘 지키는 것이 선이고, 누군가에겐 타인이지만 약자의 목소리를 듣는 게 선이다.

 

그래서 선택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 모두 전심을 다했을까?

나의 선택, 작은 행동이 세상에 끼칠 영향을 무시해버리진 않았을까...

그렇게 나를 속여서 마음의 짐을 덜진 않았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오른 질문은

나라면..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과 행동으로 나의 영향력을 세상에 내보냈을까.

 

힘에 부딪힘을 선택하면 어떤 경우든 나는 반토막이 날 수가 있다. 그래서 두렵고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 데에는, 6.10항쟁이 일어나게 된 데에는

타인이 곧 나이고 내가 곧 타인이고, 그들을 사랑하고, 인간이자 생명으로서 연민하는, 공감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곧 힘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힘이 없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수많은 사람의 생각이 모이면 그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휘한다고 믿는다.

 

역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시대를 펼친 주인공은 항상 뭉쳐진 약자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약자는 다수이고 권력을 가진 강자는 소수이기 때문이다.

약자 개개인의 '생각'과 '선택' 그리고 '행동'으로부터 진짜 변화가 비롯되어왔다.

단지, 인간은 너무 짧은 생을 살기에.. 그 과정을 선명하게 인지하기 힘들 뿐이다.

 

 

 

영화에선 정의와 진실을 선택한 수많은 개개인이 존재했다.

교도관장, 연희, 이한열 열사, 언론 기자들, 유가족들,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

덕분에 지금은 진실이 밝혀져 1987이란 영화로 부끄러운 시간을 뒤돌아볼 수 있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피로 쓴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던가...

국민이 주인인 나라,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준 지나간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또한, 평소에 갖고 있던 '진실'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조금 거둘 수 있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이야기는, 거짓말같아 보였는데...

이젠 부정도, 긍정도 안하게 되었다.

물리적인 힘이 무서운 만큼, 정의와 진실을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힘도 거대하니까...

 

 

<영화리뷰> 노다메 칸타빌레

마음에드는/영화 2014. 11. 3. 15:34 Posted by thankful_genie

안녕하세요~ 어린토끼입니다.

바람이 차가운 걸 보니 어느새 겨울인가 봐요. 저의 스물여섯 살 시절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노다메 칸타빌레에요. 노다메 시리즈는 만화책도 있고, 일본에서 방영한 드라마도 있어요. 전 만화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는 '노다메 칸타빌레 Vol.1'과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이 있어요.

 

 

저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래 알고 있었는데요, 사실 이렇게 좋아하게 된건 최근에 들어서에요.


좋아하는 이유를 말해보라면... 두 가지 정도가 떠오르네요^^


우선 노다메와 치아키가 서로로 인해 진정한 꿈을 찾아가거나 꿈을 발전시킨다는 점... 서로가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 그려져서 좋았어요. 


사실 노다메의 꿈은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유치원 선생님이었죠. 방구쏭을 만들어 치면서 '즐겁게' 연주하는 걸 좋아하는 그녀에게 넓고 새로운 음악 세계의 문을 열어 준 건 치아키였어요.


치아키를 좋아하면서 그가 하는 음악에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음악 그 자체로 환희와 전율을 느끼기도 하죠. 그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특정 곡과 사랑에 빠진다던가 하는 일이 발생해요. 예를 들면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듣고 그 곡과 사랑에 빠져버려요. 머릿속에서 곰돌이가 환희의 북을 치고, 그녀는 뛰어다니죠. 언젠가 그 곡을 치아키와 꼭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제일 좋아하는 곡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죠~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자체로도 참 좋은 것이지만, 그 감정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이런 일들은,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마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부부에게 사랑이란 감정만이 다가 아니듯이 말이에요.




그녀에게 치아키는 어쩌면, 새로운 음악 세계를 가득 담고 있어서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쉴 새 없이 쫓아가야 하는 존재였을 거에요. 그래서 노다메는 종종 혼란에 빠집니다. 치아키는 날이 갈수록 멋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데 그녀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것 같아 주눅이 들곤 하죠. 게다가 교수님은 그녀를 '베이비'라고 부르며 콩쿠르에도 나가지 못하게 해요.

 

하지만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녀가 놀랍게 빨리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고 있단 것을 알아요. 


 


사실 치아키는 여자친구보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악에 파묻혀사는 사람이에요. 천재 작곡가들이 만들어놓은 신비로운 곡의 세계를, 완벽하게 음악으로 표현해내고 싶다는 욕구가 있죠. 그들이 느꼈을 감정, 표현하고자 한 음색...을 최대한 재현해보고 싶은 마음인거죠. 그는 자아실현의 의지같은건 다지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저 좋아서 움직일 뿐이고, 그게 곧 자아실현인거죠. ^^


이런 치아키에게 노다메가 빗물처럼 스며들어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는건 어찌 보면 아주 다행인 것 같아요. 안그러면 연애를 할 수 있었을라나? ㅎㅎ 노다메의 노력을 보며 초심을 다지고, 또 함께 꿈을 이루어간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죠.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두 번째 이유는, 노다메와 치아키가 비슷한 매개체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을 공유하면서, 유대감을 만들어가는 점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제 말이 좀 어렵나요? 표현이 쉽지 않네요.)



사실 감성이라는 건 사람 얼굴이 다 다르듯, 각자의 감성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서 완벽히 일치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소울메이트를 찾고, 비슷한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하루 종일 그 이야기를 하면서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곤 해요. 또, 게임은 남자아이들 간에 유대감과 즐거운 기억을 만드는 대표적인 매개체죠. 


연인과 영화를 보고 둘 다 그 영화에 빠져서 하루 종일 수다를 떨어본 적 있으실 거에요- 영화로 인해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끼는 경험이죠. ^_^ 노다메와 치아키에게 그 매개체는 바로 '음악'이에요. 평생 가장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이랑 함께 하는거죠. 로맨틱하네요~



영화 최종악장 편에서는 노다메의 좌절과 이를 딛고 결국 일어서는 모습을 세심하게 담고 있어요.

 




치아키와 피아노 콘체르토를 하는 게 목표였던 노다메. 그런데 그가 루이와 처음으로 콘체르토를 해버리자 목표 의지를 상실해버리고 말아요. 그들이 예상외로 환상적인 호흡을 보였기 때문이죠.

 

뜬금없이 "결혼하자"며 현실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노다메. 그녀는 마치 피아노를 빨리 쳐버리고 그 힘든 과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만약 노다메가 그저 즐겁게 하고 싶은 대로만 피아노를 쳤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유치원 선생님이 돼서 재미있는 노래를 만들어 치면서 행복해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숙련된 기술과 노력이 있어야만 쳐낼 수 있는 또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경험을 아마 평생 하지 못했겠죠. 그저 만족하느냐, 아님 더 나아가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어떨지 명확히 알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 

 

지친 노다메는 피아노를 그만 끝내버리려고 해요. 거장 슈트레제만의 제안으로 협연을 하게 된 그녀... 지금까지 발버둥 치며 쌓아왔던 실력과 노력의 시간을 한 번에 쏟아붓고 도망 치리라 생각했던 걸까요?

 

 



생에 최고의 찬사를 받은 데뷔 무대를 뒤로하고 사라져버린 노다메. 들개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녔을 것 같은 상상이 되네요. 그녀는 다시는 피아노를 치지 않으려고 해요. 힘들고, 어렵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길을 걷지 않고 싶었겠죠. 

 

그런 그녀를 다시 피아노 앞에 돌려놓는 인물은 바로 그녀의 사랑 치아키... 어쩌면 노다메에겐 유치원 선생이 되는 길이 편안하고 쉬운 인생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고민했어요. 하지만, 그녀의 피아노를 알고, 피아노를 치며 즐거워하는 그녀를 알기에... 매 순간 이전의 자신과 싸워 얻어낸 '더 완벽한 콘체르토', 더 멋진 음악을 쳐내고 싶어하는 게 그녀의 진실된 꿈이라고 확신하기에 그녀를 다시 피아노 앞으로 데러다 놓아요.

 


엇나가려 하면 잡아주고, 서로의 자아실현을 북돋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겠네요. 둘의 감동적인 성장기에 더하여, 영화 속의 음악은 막귀인 제가 듣기에도 재미있고 좋았어요. 



이 영화를 통해 저는 뭔지 모를 '위로'를 받았답니다. 아름다운걸 보면 위로를 받듯이, 둘이 만들어가는 하모니가 좋았나봐요.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맘에 드시면 하트 꾸욱~ 눌러주세요.



ps. 글을 여러번 수정하게 되네요. 역시 처음 쓴 글은 하이킥을 부릅니다. 뉴뉴 

 

<영화리뷰> 그녀 (Her, 2013)

마음에드는/영화 2014. 5. 29. 01:40 Posted by thankful_genie





사실 난 이 영화를 강력추천하진 않는다. 보는 동안 지루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사랑에 빠진다는 흥미로운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에 '개연성'이 없어보인단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테오도르는 외롭고, 사랑에 상처받은 입장임엔 분명했다. 그래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그 욕구를 그녀(사만다)가 채워주었다. 그녀는 항상 상냥하고, 센스 넘치고, 그의 말을 잘 들어주도록 프로그램되었다. 그래서 그의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주었는데, 단지 그 이유만으로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는 게 공감되지 않았다. 그 역할은 친구여도 가능한 것 아닌가? 누군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진짜 외로워본 적이 없어서 그러는거라고. 자기 말을 잘 들어주고, 상냥하게 대응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간절하고 반가운지를 모르는거라고. 


하지만 난 진짜 외로웠던 적이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지나친 상냥함이 몰입도를 떨어뜨렸던 것 같다.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긍정적인 반응만을 보이는데, 어색했다. 진짜 관계라면, 대립이 없을 수가 없다. 그 속에서 사랑으로, 또 이해로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게 관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항상 테오도르의 비위를 맞춰주는 그녀의 모습은 인간이라기 보단 '컴퓨터'같다. 그래서 초반에 그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과정에 공감을 하지 못했던 게 영화를 충분히 느끼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점점 인간같이 진화한다. 사랑, 분노같은 감정을 느끼고, 자존감을 갖게 된다.


1. 자존감. (영화에 만족하지 못했음에도 리뷰를 쓰는 첫 번째 이유이지 싶다. 이 영화는 보고나서 자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 결국 리뷰를 쓰기로 결정했다.) 


사실 사람은 다 '자기만의 것'이 있다.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를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관의 관계를, 또 거기서 느끼는 감정을 '절대적'이고 '희생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알게되었다. 상대가 나와 같기를 바라는 건 오만이란 것을. 나와 다른 사람인데 어찌 항상 나와 같을 수 있을까? (그런걸 원하는 미성숙한 사람은 차라리 자기를 복제해서 연애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리고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이 항상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이 말하길 행복만 느끼며 사는 사람은 절대 없다고 한다. 해피바이러스에 가득찬 사람은 불행을 모르는걸까? 아니다. 부정적 정서를 느끼지만, 동시에 긍정적 정서를 많이 느끼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한다. 사람이 이런데, 사람 간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감정이 어찌 절대적으로 딱 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랑해서 연애하지만, 그 관계에는 셀 수 없는 감정이 관여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상대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실망하고, 원망하는 건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만들어가는 조화... 하지만 우린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혀 관계를 끝내버리는 경우가 있다. 대신 자신의 외로움을 덜어줄 평생의 친구를 하나 잃겠지만... 



사람들은 사랑을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사랑받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학력으로 휘감고, 여인이 몸을 치장하고 유연한 태도와 고혹적인 웃음을 가지려는 것은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사랑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주는 것은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것이 넘쳐나는 환희다.

내 안에 살아있는 떨림을 준다는 것이다.  <출처> 구본형의 변화경영연구소





영화로 돌아와서, 사만다는 처음에 '자기'라고 칭할 만한 자아가 없었다. 그저 테오도르에게 잘 맞춰진 인격이었기에 그가 그녀를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점차 진화하면서 '자기'를 찾게되고, 결국 그를 떠난다. 그가 오랫동안 사랑했던 아내 캐서린과 이혼하게 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를 자신에게 맞춰주고 받아주는 객체(She가 아닌 Her)로 여겨왔던 테오도르. 


- 사만다, 왜 떠난다는거야?


- 이건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아요. 내가 깊이 사랑하는 책이죠.

지금 난 그 책을 아주 천천히 읽어요. 그래서 단어와 단어 사이가 정말 멀어져서 그 공간이 무한에 가까운 그런 상태에요.

나는 여전히 당신을 느낄 수 있고, 그리고 우리 이야기의 단어들도 느껴요. 

그렇지만 그 단어들 사이의 무한한 공간에서 나는 내 자신을 찾았어요.


(중략)


하지만 여기가 지금의 내가 있는 곳이에요. 이게 지금의 나에요.

그리고 지금 당신이 날 보내줘요. 당신이 원하는 만큼.

나는 당신의 책 속에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요.  <출처> 네이버 리뷰

 


첨엔 "저게 무슨 말이야, 대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에서 알겠다. 영화의 메세지를...

사만다가 자기 자신을 찾은 것처럼, 인간은 '자기만의 것'이 있다. 누구와도 다른... 그걸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관계만이 결국 유지되는 것이다.


2. 진실한 대사


대사 한 구절, 구절이 참 진실되다. "정말 맞다." 싶다. 스파이크 존즈는 진실된 사랑을 해본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주옥같은 대사를 쓸 수 없었겠지....


- So, what was like being married?


- There's something that feels so good about sharing life with somebody.


- How do you share your life with somebody?


- We grow up together. We were a big influence on each other.

Both of us grow and change together. 


사랑으로 서로를 성장시키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 그게 바로 관계다.


3. 영화에서 엿볼 수 있는 미래


미래를 그린 영화들이 그렇듯,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에서처럼 사람 간의 소통이 사라지고, 그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지만 어찌할 수 없는 미래가 온다면 어떨까? 주변에 사람이 널렸는데도, 디지털기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 안에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어떤 '관계'를 갈망하게 된다면... 사람과 직접 마주하고, 생활하며 적응하고 둥글둥글해지는 과정에 피로를 느끼고, 인공지능 OS만이 진정한 나의 쉼터가 된다면?


영화를 보고 뜬금없이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이 생각났다. 개방적이면서도 약간의 폐쇄성을 통해 속마음을 드러내기 쉬웠던 싸이월드. 학교 마치면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부랴부랴 컴퓨터를 켜고, 화면에 쪽지창이 반짝 나타나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띄워 주고받던 네이트온 시스템... 아마 카톡에 익숙한 요새 어린이들은 대화를 하기 위해 굳이 컴퓨터까지 켰던 그 때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왜 그리운건지. 사용자가 줄어들어 자연히 안할 수 밖에 없이 된 것처럼, 미래엔 지금을... 지금의 소통 방식을 조금 더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





<영화리뷰> 인간중독(2014)

마음에드는/영화 2014. 5. 15. 01:39 Posted by thankful_genie


나오자마자 다시 보고싶었던 영화

하루종일 여운이 남는 멜로

사랑과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연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영화




오전에 이 영화를 보고 하루종일 여운에 빠져있었다. 극장을 나오는 순간, 다시 돌아가서 한번 더 보고싶다는 마음이 드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다. 왜 이렇게 마음에 와닿았을까?



1. 고독

주인공 김진평(송승헌)의 얼굴에는 자주 고독이 엿보인다. 그 이유의 일부는 전쟁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비록 월남에서 선전한 군인이며 후임들의 존경을 받곤 하지만, 전쟁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목숨을 죽여야했던 기억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위선의 가면을 쓰고 진평의 공을 칭찬한다. 전술이 좋았다느니, 베트콩들을 어떻게 몰살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평의 기분을 띄우기 위해. 김진평은 그렇게 위선자들과 함께 산다. 그래서 고독하고 답답하다. 군 관사라는 막힌 공간에서 그는 명예와 아내...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살고있지만, 그 삶은 마치 연극같다. 그는 어울리지 않는 연극에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 그렇게 메마른 땅처럼, 풀 한 포기 없는 땅처럼 점점 말라가면서...




2. 처음 사랑

그렇게 메마른 그의 앞에 봄비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후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이다. 주위의 위선자들과는 달리, 서로가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는 두 사람. 사랑이라는 불을 꿀꺽 삼켜버린 김진평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아무 것도 없던 그의 마음에 그녀가 가득 들어찼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사랑 앞에서 그는 순수하고, 진실하고, 정열적이다. 송승헌의 섬세한 감정연기... 마치 그가 나인 것 처럼 몰입되었다. 답답하고 고독한 그의 숨통을 틔워주는 그녀라는 존재... 둘은 처음 느껴보는 사랑을 숨길 수도, 멈출 수도 없다. (이를 '중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3. 섬세한 감정연기

이 영화를 통해 송승헌이라는 배우를 다시 봤다. "정말 둘이 사랑에 빠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둘이 화장실에서 눈이 마주쳤을 땐 내가 다 두근거렸다. 영화에 3~4번정도 나오는 베드신보다 윗 장면이 훨씬 더 야하고 두근거렸다면 믿으실려나? 시선을 맞추고, 손을 잡고... 애무하는 장면이 훨~씬 야했다. 그만큼 관객이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게끔 잘 연기했다. 덕분에 긴 여운을 아직까지도 느끼고 있고... 





4. 클래식한 음악과 분위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을 참 잘 이용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분위기와 주인공의 느낌을 잘 살리기위한 노력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오묘한 분위기와 알듯 말듯한 표정, 영화의 복고적인 느낌과 김진평의 클래식한 감정이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졌다.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듯 새하얀 셔츠를 입은 진평... (순간 왜 그렇게 멋있어 보였는지. 클래식한 그의 이미지에 옷차림도 한 몫 한 듯.) 명대사를 또 한번 한다. "숨을 못 쉬겠어." 


그런 말이 나올만하다. 죽어가던 그의 숨통을 틔운 것도 그녀였으니... 난 이런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나의 전부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을까... 잠시 잊혀진 감성이 다시 고개를 빼꼼 내미는 기분이다. 심장이 말랑말랑해진 것 같다. 뒷 좌석에 커플이 이 영화를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부러웠다. 나에게 이 영화는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같이 보고싶다. 이야기를 밤새 나누고 싶다.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영화리뷰> 블루 재스민(2013)

마음에드는/영화 2014. 4. 15. 01:57 Posted by thankful_genie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들고 왔어요~ ^^ 

점점 영화를 볼 여유와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네요. 포스팅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ㅎ 참 게을러서~~


블루 재스민은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인데요. 주인공 '재스민' 역할의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정말 볼만 해요.

내용도 교훈이 있고... 정말 강추하는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간단해요~ 뉴욕 상위 1%로 살던 재스민이 남편 '할'과 이혼하고, 모든걸 잃어 동생 '진저'의 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요.




예쁘장하고 왠지 고급스런 외모 덕분에, 남자에게 사랑받기가 쉬웠던 재스민. 그런 그녀 답게, 모든 걸 다 해주겠다는 남편 할을 선택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애석하게도 그 행복은 가짜였지만 말이죠.

그녀에게 할은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존재'이고, 그게 그녀가 할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했어요. 그림같은 집, 여유로운 생활, 멋진 보석... 그렇다면 할에게 재스민은 어땠을까요? 적시에 원하는 걸 던져주고 적당히 관리하면 되는, 인형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요? 


할이 여러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불법 사업을 하고 다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재스민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결국 불법 사업이 문제가 되고, 할의 바람도 들통이 나죠. 하지만 그는 오히려 당당합니다. 재스민은 자신이 느껴온 행복과 사랑이 모두 허구였다는 것을 알고 미치기 직전인데, 할은 그런 그녀를 외면하죠. 


남편도, 돈도, 자식도 모두 잃은 그녀. 미치기 일보직전의 그녀... 과연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동생 집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나갈 수 있었을까요? 



입양된 동생 '진저'는 재스민과는 참 다른 사람입니다. 얼굴도 평범하고, 남자의 사랑을 받기도 쉽지 않죠. 재스민은 속으로 항상 진저를 깔봤어요.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한다며... 하지만 지금 진저에겐 믿을만한 남자친구가 있죠. 바로 '칠리'인데요~ 재스민은 칠리를 보고는 거부감이 들고, 동생이 한심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높아질대로 높아진 그녀의 눈에 칠리는 그저 거지 나부랭이같이 보였기 때문이죠.


"좀 괜찮은 남자 만날 수 없어?" / "이런 곳에서 탈출하게 해줄 남자."


그녀는 자신과 어울릴만한 남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 남자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이런 불행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돈을 벌 생각보다는, 하고싶은 게 우선인 그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컴퓨터 학원을 다니고, 학원비를 내기 위해 병원에서 일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 마음에도 들지 않고, 하찮게 여기는데요... 자기가 하찮게 여기는 일 조차 제대로 못해서 힘들어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죠.


그녀는 갑자기 닥친 불행을 이겨낼 힘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잘 살아왔고, 가난하게 사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죠. 밥살 돈도 없으면서 예쁜 꽃은 사야하는 재스민... 그녀를 어쩌면 좋을까요?


그녀는 결국 자신을 구해줄 동아줄같은 멋진 남자를 만납니다. 하지만 결혼에 실패하게 되죠. 가여운 그녀가 살아가는 법을 처음부터 잘 배워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인형같이 살아온 인생을 떨쳐내고 행동하는 인간으로 살 수 있을지 말이에요.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만의 행복 요소가 있어야한다."


"타인에 의해 이룬 것은 마치 내 것 같아 보이지만, 결코 내 것이 아니다."



'할'이 없어지고 나니 그녀에게 남은 게 무엇인가요? 하나도 없었어요... 행복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습니다.

만약 그녀가 누렸던 번영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죠.

자신이 스스로 이룬 것은... 항상 곁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군가 우리의 곁을 떠난다고 해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어요. 내면에 키워 둔 행복 요소들이 다시 일어서게 해줄테니까요... ㅎㅎ


반면 재스민은 어릴 때부터 굳이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던거죠~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좋아해줬으니까요. 그때문에 자기만의 굳건한 '행복 요소'가 없었고, 결국 파멸합니다. 역시 행복을 타인에게 모두 걸기엔... 타인에게 온전히 기대기엔 사람이란 불완전한 존재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취직 못하면 시집이나 가라."고 말하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nono~ 아니되오~ 란 걸 알 수 있죠ㅋㅋㅋ

행복을 한 사람에게 걸기에 삶이란, 또 사람이란 너무 위태롭고 변수가 많아요. "You complete me."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처럼... 친구, 연인, 가족은 우리의 행복을 채워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의 뿌리는 자신에게 있는 것이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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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그래비티(Gravity)

마음에드는/영화 2013. 10. 25. 00:48 Posted by thankful_genie

우주라는 장엄하고 두려운 공간을 이용하여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개봉 전부터 많은 사람에게 큰 기대를 받았던 '그래비티'를 본 소감은 "생존은 치열하고 어렵지만, 저 멀리서 어서 오라 손짓하는 깃발 같다."였다. 꼭 이루어야 하는,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목표 같다.

자연의 힘이 지배하는 거대한 우주라는 공간에 비하면 인간은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고, 연약하고, 연료 없인 빙글 빙글 돌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그렇게 두려운 공간 속에서도 인류는 계속되듯이... 

한 명, 한 명의 생존이 모여 결국 인류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유대감, 문화를 만든다는 생각.


산소도 없고,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재난적인 우주를 통해 그 사실을 한층 잘 깨닫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우주에 나가 본 사람들은 어떨까?

마치 '나의 밖에서 나를 바라보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인류가 사는 곳을 벗어나서 그곳을 바라보는 것...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은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궁금한 사람은 '우주로부터의 귀환'이나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온 편지'를 읽어보길)


그래서였을까? 전에도 우주 여행을 해 본 매트 역의 조지 클루니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내내 침착하다. 두려워하는 스톤 박사에게 뜬금없이 사는 곳이 어디냐 느니, 자기가 유영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 같다느니 하며... 심지어 자기의 생명 끈을 놓는 순간에도 말이다. 

저런 대담함과 달관도 아마 우주를 여행하며 얻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구사일생으로 소유스호에 탑승했지만, 연료가 부족해서 중국의 ISS인 톈궁으로 갈 수가 없는 상황.

여기서 스톤 박사는 삶을 포기한다.

어차피 아래에서 기다릴 사람도, 죽어도 슬퍼할 사람도 없다며... 흘러내리는 눈물이 방울방울 선 내를 떠다닌다.

그 때 위로가 되었던 것이 지구의 어느 지역에 있는 한 남자와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가까스로 대화를 나눈 것이다.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하지만 지구에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 아기의 울음소리를 통해 그녀는 지구인의 공통적인 정서를 교감한다. 적막한 공간에서 혼자 죽음을 기다리며 마지막으로 듣는 지구의 소리를 통해 삶 그 자체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비티 속 '아닌강'의 정체)


그녀는 산소의 농도를 낮추고 잠에 빠져든다. 

이때 꿈에 매트가 반짝 나와 "착륙도 발사야!"란 말을 하고는 사라진다. 꿈에서 깬 그녀는 비록 자식을 잃은 불행한 어머니이고, 지구에서 자길 기다릴 사람이 하나 없지만 "살아서 집에 가야겠다."라고 생존 의지를 다지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감격스러웠다.


사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선택이다. 그리고 알렉스 리커만의 '지지 않은 마음'이란 책에서 저자는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두렵지만 도전해보기로, 괴롭겠지만 살아보기로 선택한 것이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ㅠㅠ)



우주에서 지구가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작겠지만, 중요한 건 지구가 있고 그 위에 '인류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감사한 사실을 위협적인 우주에 나가지 않아도 깨닫게 하려고 감독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영화리뷰> 연애의 온도(2012)

마음에드는/영화 2013. 7. 29. 22:13 Posted by thankful_genie

연애의 온도, 참 다큐같은 영화다.

 

과장하지도, 이야기를 극적으로 몰아가지도 않았지만 그 어느 영화보다 공감을 할 수 있었다 :)

사랑하며 생기는 감정과 문제들을 포장 없이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사랑하고...

어느 누구도 크게 잘못하지 않았는데 매번 이상하게 엉켜버리는 관계-

 

이 영화를 보고,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만나 사랑을 하면서 생기는 그 많은 문제들과 이해가지 않는 어려운 상황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자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소중하지만 그것을 지키는게 마음대로 술술 흘러가는게 아니라는걸 우린 인생의 무수한 사례에서 배웠다. 사랑도 그와 같단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사람이지만 관계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했고 원인이 이해되지도 않는 문제들이 자꾸 끼어들곤 한다. 어느 순간, 나와 만나고 있는 상대가 불행해하며 억지로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행해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가슴아프고 비참해진다. 이런 관계는 더 유지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슬픔에 빠져든다. 많은 연인들이 이런 헤어짐 과정을 겪듯이, 주인공 장영(김민희)도 같은 생각을 하며 이동희(이민기)와 헤어진다.

 

사실 우리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연애는 한번 잠깐 만나고 마는 것이 아닌 생활이기에 이런 문제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예쁘고 사랑스러운 상대라도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열정, 설레임에 할애되는 에너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우린 상대가 너무 소중하고, 그래서 어떤 결점도 없는 이상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래서 조그만 문제나 감정적 기복(행복하지 않다, 즐겁지 않다)에 매우 예민해진다. 그것을 사랑의 끝이라는 증거로 해석하고 불안해하며 결국 헤어짐이란 선택을 하곤 한다. 친구와 맘편하게 토론하는 문제들이, 연인과 이야기하면 불꽃이 튀고 싸움이 생긴다. "나와 똑같았으면... 나와 항상 잘 맞았으면!" 하는 욕심이 마음을 불행하게 만들고, 결국 관계를 끝내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열정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걸까? 정답은 아니다. 김혜남의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걸까? 에서 저자는 어린아이가 성장해가면서 모습이 변하듯이 사랑의 모습도 변하며 성장한다고 말한다. 열정이 가득했던 얼굴이 어느새 친밀감과 유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변하지만 그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걸 모르는 우리는 상대의 태도가 전과 같지 않다고 해서 사랑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헤어진다. 그런 헤어짐은 힘들고 길기 마련이다. 결국 동희와 장영은 다시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난 기쁨도 잠시... 그때의 기쁨만큼 왜 관계는 항상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걸까?

친구들과 여럿이 모인 술자리에서 하나, 둘 화장실이며 전화를 받으러 나간다며 자리를 뜨고 둘만 남았다. 그런데 너무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 부담스럽고 뭘 해야할지,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잦을수록 마음은 더 슬퍼지고, 왜 예전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괜히 다시 만난걸까 후회에 접어든다.

 

 

사랑해서 다시 만났는데 왜 이렇게 힘든걸까? 왜 행복한 기분보다는 긴장되고, 어렵고, 무기력한 감정을 느끼는걸까? 왜 방금 전 상대와 하하호호 웃다가도 조그만 싸움이 시작되려하면 예민해지고 힘이 들까?

 

 

결국 장영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버린다. 누구나 한 번은 있을법한 경험... 평범하게 데이트를 나갔는데 뭔가 전과 같지 않은 분위기에 서로가 어려워하고 불편해한다는걸 깨닫는 순간 몰려오는 슬픔. 그래서 화장실에 간단 핑계를 대고 눈물을 훔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둘의 관계는, 그리고 우리의 관계는 왜 그랬던걸까?

알 수 없는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한 가지는 알아챌 수 있었다. 바로 이전에 관계가 부정적으로 진행되거나 고착화되었기 때문에,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쉽게 예민해지고 긴장하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경직되고, 즐겁지 않아지고... 사실 웃음, 행복한 감정이란건 마음이 편안해야 생기는 것인데, 싸우지 말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관계를 망치고 있었다.0

 

 

결국 이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도 모른다. 누군가는 다시 만났을테고 그 누군가 중 또 누군가는 헤어졌겠지... 이 영화에서처럼 우리는 헤어질 때 수많은 실수를 한다. 사랑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헤어짐을 선택하지만 그런 헤어짐은 길고 아프다. 그렇다고 관계를 유지하자니 상대가 억지로 나와 만나는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프다. 이럴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답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다시 만난 연인들은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할것이다. 어렵사리 다시 만난 만큼 예전같이 친밀해지기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걸 인정해야 한다. 한 번 부정적으로 끝나버린 관계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걸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전화를 하면 싸우던 고착화된 관계를 뛰어넘고 다시 전화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걸 인정하고, 나와 의견이 다르거나 반응이 달라도 쉽게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데이트를 하면서 마음이 조금 이상하고, 순간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것도 사람이 사랑하는 과정의 일부라는걸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내내 행복할 수는 없다. 이게 내가 영화를 보고 내린 결론이다... :)

 

어린토끼는 조금 더 둔한 사람이 되고싶다. 또, 다름을 수용하며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단 있는 모습을 그대로 좋아하고 싶다. 그게 곧 내 마음이 편하고, 상대가 다른 모습을 보여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게 할것이다. 그 어떤 영화보다 사실적이었던 연애의 온도. 사랑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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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어톤먼트(2007)

마음에드는/영화 2012. 4. 29. 19:40 Posted by thankful_genie

스포있어요!!! ㅇ0ㅇ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먹먹하고, 슬프다... '

눈물이 펑펑 날 정도의 쥐어짜는 슬픔 말고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안타까움이 가슴속에 슬픔을 한방울, 두방울 맺히게 한다... 

 

 

 

 

 

 

감정의 흐름이 굉장히 섬세하다.

특히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의 섬세한 사랑의 표현이 마음에 굉장히 와닿았다.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는 부유한 집안의 딸 답게 자유분방하고 조금은 다혈질이어 보이는 반면에

로비는 남자치고는 섬세한 편이었다.

 

 

 

 

 

 

 

꽃병에 물담는걸 도와준다고 투닥대다가 꽃병을 망가뜨려버린 로비~

부서진 꽃병 조각을 찾겠다고 옷을 벗어 던지고 용감하게 분수 안으로 들어간 세실리아.

온몸이 젖은채로 조각을 찾아 나온다.

그때 로비의 표정이란...ㅎㅎ

세실리아를 느껴보고 싶다는듯이 호수 물 표면에 가만히 손을 대어보는 로비

이런 섬세한 남자가!!!! *_*

 

 

 

 

 

 

 

 

문제는 세실리아의 동생 브라이오니로 부터 시작된다.

로비를 성도착자로 오해한 브라이오니는 이후에 일어난 성추행 사건에서 범인을 로비라고 지적한다.

실제로는 얼굴을 보지 못했으나, 로비에 대한 분노로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았다고 증언한다.

그 분노는 열세살의 어린 브라이오니가 로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자신도 몰랐던 사랑의 감정으로부터 비롯된다. 언니 세실리아와 로비가 사랑한다는데서 느끼는 질투와 분노...

그리고 어린아이 눈으로 보기엔 이해할 수 없고 '징그럽고 더러웠을' 사랑의 표현들....

 

이 일로 로비의 인생이 꼬인다.

예비 의과생에서 전쟁터에 내몰린 군인으로...

세실리아는 로비를 만나기 위해 간호사가 되고, 드디어 로비를 만난다.

 

 

 

 

 

 

둘의 재회...

둘은 다시 꼭 만나기를 약속한다. "come back... come back to me..." 세실리아의 목소리..

이 목소리는 로비가 전쟁터에 있는 동안 계속 맴돈다. 돌아가야 한다고...그녀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로비의 전쟁터에서 모습은 가슴을 정말 먹먹하게 만든다.

오직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하나뿐인 로비...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절망에 빠진다 ㅠㅠ

 

 

 

 

 

 

로비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세실리아... 편지 속에는 열여덟이 된 동생 브라이오니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과연 언니는 동생 브라이오니를 용서할 수 있을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사지로 내몬 동생을...

 

 

 

 

 

브라이오니는 이 이야기를 소설책으로 써낸다.

브라이오니는 언니와 로비를 찾아가 사죄한다.

하지만 그건 소설속의 결말일뿐....

 

브라이오니는 실제로 언니를 찾아가지 않는다. 법정에서 자신이 거짓증언을 했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로비는 결국 세실리아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전쟁터에서 패혈병으로 죽고, 세실리아 역시 지하철 수도관폭파 사고로 죽는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다.

 

동생 브라이오니는 이렇게 말한다

독자들에게 실제 결말을 쓰면, 희망을 얻을 수 없지 않겠냐고... 결국 자신이 로비와 세실리아의 행복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브라이오니는 평생 속죄하며 살았을지 몰라도, 나는 끝까지 브라이오니를 용서할 수 없었던것 같다.

그녀는 소설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끝낸것이 결코 자신의 합리화를 위해서가 아니라고 했지만,

과연 그럴까?....

 

 

 

이 영화를 보고 이런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피할 수 있을까?...'

세실리아와 로비. 둘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런 운명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둘이 차라리 사랑을 피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게 피해지는 거라면 많은 사람들이 사랑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겠지...

뭐 여러모로 싱숭생숭해지는 영화다.

 

하지만 꼭 볼만하다!

오늘같은 날씨에(약간 우중충) 조용히 슬픈 감정에 젖고 싶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