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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15 질 볼트 테일러의 뇌졸중 경험기를 읽고



며칠 전 우연히 질 테일러 볼트의 TED 강연 MY STROKE OF INSIGHT를 보는 중에 깜짝 놀랐다.

뇌과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제 사람의 뇌를 가지고 나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도 처음으로 생생하게 진짜 사람의 뇌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었다. 



 MY STROKE OF INSIGHT 듣기




그런데 이후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는 날 더욱 새로운 충격에 빠트렸다. 



평생 뇌과학자로 일해 온 그녀가 어느날 아침 좌뇌의 출혈, 즉 뇌졸중을 겪고 느낀 통찰은 신기하고 영적인 것이었다.

너무 놀라워서 이후 그 이야기를 기록한 책 '긍정의 뇌'를 읽어보았다. 



우리의 좌뇌와 우뇌는 매우 성격이 다른 두 아이라는 것. 

좌뇌는 자아, 사물의 경계, 생각, 언어를 관장하고 우뇌는 에너지, 이미지를 담당한다는 것. 

그래서 어느날 아침 뇌출혈로 인해 좌뇌가 망가져가고 있을 때, 즉 그녀 머릿속의 재잘거림, 생각과 자아, 사물의 경계가 사라지고

오롯이 우뇌, 즉 이미지와 에너지만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접했을 때 

그녀가 얼마나 마음이 평화롭고 충만하고 따뜻했는지를 적고 있다. 그녀는 강연에서 이를 불교의 '열반' 같았다고 설명했다. 

경계가 없고 오로지 에너지만이 존재하니, 그녀 주위의 모든 분자로 이루어진 물건들이 거대한 에너지로 다가왔단다.

그리고 그녀 역시 거대한 에너지일 뿐, 무엇이 '나'고 무엇이 내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겉모습의 자신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에너지의 흐름이라는 걸 느꼈단다.






요즘 달라이라마, 틱낫한, 에크하르트 툴레 등 영성가들이 쓴 책에 관심이 가서 흥미롭게 읽던 터라, 

그녀의 이야기가 영성가들이 이야기하는 부분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았다.




불교에서 화두로 삼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을 그녀는 그날 경험으로 체험한 것 같았다.



내 머릿속의 생각, 재잘거리고 있는 존재가 사실은 내가 만든 자아일 뿐... 

그 것을 넘어서는 더 크고, 연결되어 있는, 광활한 바탕이 있다는 이야기...

그걸 일컫는 단어는 종교마다 다르다.


그녀는 우리 모두가 우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좌뇌의 재잘거림을 재우고, 우뇌의 역할을 발현시켜 충만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하튼 이 책을 읽곤 어느날 마음 잡고 알람을 한시간 맞춘 후에 명상을 해보았다.

나비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나는 처음으로 아주 '편안하게' 47분간 명상을 했다. 아빠가 돌아오셔서 인사를 해야하기 전까지.

그리고 명상을 해본 이래 처음으로 내 안의 에너지같은 것을 느꼈다.

내가 지금 어떤 손 모양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앉아있는지 경계가 흐릿해지는 느낌이었고 

몸 안쪽에서 따뜻한 파동이 있는 무언가가 일렁~ 일렁 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분명한 점은, 그걸 느끼고 나서 갑자기 나에 대한 따뜻한 마음, 사랑스러움, 연민, 자랑스러움, 평안함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는 사실이다..

자존감에 대한 책을 읽고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나에 대한 사랑스러움?을 느끼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았는데 

이날 명상으로 하루 정도는 처음으로 나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고 내가 힘이 있는 존재,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명상을 꾸준히 해 볼 생각이다. 

의식적으로 원하는 때에 내 안의 에너지와 바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충분히 계속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