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중략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사실 위 시에서 '평등한'이란 단어를 쓴 것이 많이 낯설게 다가왔다.
기쁨과 평등한 슬픔이라니... 단어가 좀 안어울리는 느낌이다.
작가에겐 평등이란 단어가 어떤 느낌인걸까?
내가 하늘 위에서 인간을 심판하는 자라고 엉뚱한 상상을 해 보면...
그저 자기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사랑보다, 기쁨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려고 할까?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존재이기에..
나의 기쁨과 플러스가 곧 다른 누군가의 슬픔과 마이너스와 직결된다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이 많기에...
슬픔의 경험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워주고
그래서 기쁨에 더 감사하고
기쁠 때도 지나치게 기뻐하지 않고
슬플 때도 곧 지나가리라 담담히 마음먹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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