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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07 <시 읽는 밤> 光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中)

 

 

누가 시집을 선물해달라고 해서, 평소 문학소녀도 아닌 내가 이런저런 시를 읽고 있다.

그사람에게 어떤 시집이 어울릴까 생각하면서.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박준 작가의 시집을 읽고 있다.

 

 

열개 중 다섯개는 무슨 말인지 의아하고, 4개는 잔잔하게 다가오고, 한개는 확 꽂히는 듯

내가 문학소녀가 아니라 더 그렇다.

 

오늘 읽은 것 중에 제일 꽂힌 시는...!

 

 

 

 

 

 

 

 

이게 진짜지 말입니다 물광이 빛나니, 불광이 깨끗하니 하는 얘기는 이제 고향 앞으로 갓, 이지 말입니다 이건 물불을 안 가리는 광이라서 말입니다 제가 지난 여름에 용산역을 지나는데 말입니다 거짓말 아니고 말입니다 바닥에 엎어 자던 노숙자 아저씨가 제 군화 빛에 눈이 부셔 깼지 말입니다

 

 

....중략

 

 

 

 

여기서 중요한 것은 흠집을 대하는 우리의 기본 자세지 말입니다 깊게 파인 흠집을 약으로 메우는 것은 신병들이나 하는 짓 아닙니까

.

....중략

 

 

 

 

흠집은 흠집이 아닌 곳과 똑같은 두께로 약을 발라야지 말입니다 벗겨져도 같이 벗겨지고 덮여도 같이 덮이는, 흠집이 내가 되고 내가 흠집이 되는 저희 어머니도 서른셋에 아버지 보내시고, 그때부터 아예 아버지로 사시지 말입니다 지난 휴가 때도 얼굴도 몇번 못 뵙고

 

....중략

 

 

 

 

그런데 김병장님 참 신기하지 말입니다 참말로 더는 못 해먹겠다 싶을 때, 이렇게 질기고 징하게 새카만 것에서 광이 낯짝을 살 비치니 말입니다

 

 

 

 

 

 

바닥에 엎어져 자던 노숙자 아저씨의 눈을 부시게 하여 깨게 만들만큼 밝은 빛이... 흠집이 내가 되고 내가 흠집이 되는, 벗겨져도 같이 벗겨지고 덮여도 같이 덮이는.. 그런 평범한 어우러짐 속에서 탄생한다는 이야기. 잘난 점만 갖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흠집을 갖고 사는 게 인생사..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가장 밝은 빛을 발한다?

감동적이야~~

-말입니다 하두 들으니까 가본 적도 없는 군대에 와서 후임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