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그래비티(Gravity)

마음에드는/영화 2013. 10. 25. 00:48 Posted by thankful_genie

우주라는 장엄하고 두려운 공간을 이용하여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개봉 전부터 많은 사람에게 큰 기대를 받았던 '그래비티'를 본 소감은 "생존은 치열하고 어렵지만, 저 멀리서 어서 오라 손짓하는 깃발 같다."였다. 꼭 이루어야 하는,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목표 같다.

자연의 힘이 지배하는 거대한 우주라는 공간에 비하면 인간은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고, 연약하고, 연료 없인 빙글 빙글 돌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그렇게 두려운 공간 속에서도 인류는 계속되듯이... 

한 명, 한 명의 생존이 모여 결국 인류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유대감, 문화를 만든다는 생각.


산소도 없고,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재난적인 우주를 통해 그 사실을 한층 잘 깨닫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우주에 나가 본 사람들은 어떨까?

마치 '나의 밖에서 나를 바라보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인류가 사는 곳을 벗어나서 그곳을 바라보는 것...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은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궁금한 사람은 '우주로부터의 귀환'이나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온 편지'를 읽어보길)


그래서였을까? 전에도 우주 여행을 해 본 매트 역의 조지 클루니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내내 침착하다. 두려워하는 스톤 박사에게 뜬금없이 사는 곳이 어디냐 느니, 자기가 유영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 같다느니 하며... 심지어 자기의 생명 끈을 놓는 순간에도 말이다. 

저런 대담함과 달관도 아마 우주를 여행하며 얻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구사일생으로 소유스호에 탑승했지만, 연료가 부족해서 중국의 ISS인 톈궁으로 갈 수가 없는 상황.

여기서 스톤 박사는 삶을 포기한다.

어차피 아래에서 기다릴 사람도, 죽어도 슬퍼할 사람도 없다며... 흘러내리는 눈물이 방울방울 선 내를 떠다닌다.

그 때 위로가 되었던 것이 지구의 어느 지역에 있는 한 남자와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가까스로 대화를 나눈 것이다.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하지만 지구에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 아기의 울음소리를 통해 그녀는 지구인의 공통적인 정서를 교감한다. 적막한 공간에서 혼자 죽음을 기다리며 마지막으로 듣는 지구의 소리를 통해 삶 그 자체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비티 속 '아닌강'의 정체)


그녀는 산소의 농도를 낮추고 잠에 빠져든다. 

이때 꿈에 매트가 반짝 나와 "착륙도 발사야!"란 말을 하고는 사라진다. 꿈에서 깬 그녀는 비록 자식을 잃은 불행한 어머니이고, 지구에서 자길 기다릴 사람이 하나 없지만 "살아서 집에 가야겠다."라고 생존 의지를 다지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감격스러웠다.


사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선택이다. 그리고 알렉스 리커만의 '지지 않은 마음'이란 책에서 저자는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두렵지만 도전해보기로, 괴롭겠지만 살아보기로 선택한 것이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ㅠㅠ)



우주에서 지구가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작겠지만, 중요한 건 지구가 있고 그 위에 '인류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감사한 사실을 위협적인 우주에 나가지 않아도 깨닫게 하려고 감독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