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연애의 온도(2012)

마음에드는/영화 2013. 7. 29. 22:13 Posted by thankful_genie

연애의 온도, 참 다큐같은 영화다.

 

과장하지도, 이야기를 극적으로 몰아가지도 않았지만 그 어느 영화보다 공감을 할 수 있었다 :)

사랑하며 생기는 감정과 문제들을 포장 없이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사랑하고...

어느 누구도 크게 잘못하지 않았는데 매번 이상하게 엉켜버리는 관계-

 

이 영화를 보고,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만나 사랑을 하면서 생기는 그 많은 문제들과 이해가지 않는 어려운 상황들은 너무나도 당연히, 자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소중하지만 그것을 지키는게 마음대로 술술 흘러가는게 아니라는걸 우린 인생의 무수한 사례에서 배웠다. 사랑도 그와 같단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사람이지만 관계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했고 원인이 이해되지도 않는 문제들이 자꾸 끼어들곤 한다. 어느 순간, 나와 만나고 있는 상대가 불행해하며 억지로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행해하는 상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가슴아프고 비참해진다. 이런 관계는 더 유지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슬픔에 빠져든다. 많은 연인들이 이런 헤어짐 과정을 겪듯이, 주인공 장영(김민희)도 같은 생각을 하며 이동희(이민기)와 헤어진다.

 

사실 우리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연애는 한번 잠깐 만나고 마는 것이 아닌 생활이기에 이런 문제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예쁘고 사랑스러운 상대라도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열정, 설레임에 할애되는 에너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우린 상대가 너무 소중하고, 그래서 어떤 결점도 없는 이상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래서 조그만 문제나 감정적 기복(행복하지 않다, 즐겁지 않다)에 매우 예민해진다. 그것을 사랑의 끝이라는 증거로 해석하고 불안해하며 결국 헤어짐이란 선택을 하곤 한다. 친구와 맘편하게 토론하는 문제들이, 연인과 이야기하면 불꽃이 튀고 싸움이 생긴다. "나와 똑같았으면... 나와 항상 잘 맞았으면!" 하는 욕심이 마음을 불행하게 만들고, 결국 관계를 끝내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열정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걸까? 정답은 아니다. 김혜남의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걸까? 에서 저자는 어린아이가 성장해가면서 모습이 변하듯이 사랑의 모습도 변하며 성장한다고 말한다. 열정이 가득했던 얼굴이 어느새 친밀감과 유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변하지만 그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걸 모르는 우리는 상대의 태도가 전과 같지 않다고 해서 사랑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헤어진다. 그런 헤어짐은 힘들고 길기 마련이다. 결국 동희와 장영은 다시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난 기쁨도 잠시... 그때의 기쁨만큼 왜 관계는 항상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걸까?

친구들과 여럿이 모인 술자리에서 하나, 둘 화장실이며 전화를 받으러 나간다며 자리를 뜨고 둘만 남았다. 그런데 너무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 부담스럽고 뭘 해야할지,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잦을수록 마음은 더 슬퍼지고, 왜 예전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괜히 다시 만난걸까 후회에 접어든다.

 

 

사랑해서 다시 만났는데 왜 이렇게 힘든걸까? 왜 행복한 기분보다는 긴장되고, 어렵고, 무기력한 감정을 느끼는걸까? 왜 방금 전 상대와 하하호호 웃다가도 조그만 싸움이 시작되려하면 예민해지고 힘이 들까?

 

 

결국 장영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버린다. 누구나 한 번은 있을법한 경험... 평범하게 데이트를 나갔는데 뭔가 전과 같지 않은 분위기에 서로가 어려워하고 불편해한다는걸 깨닫는 순간 몰려오는 슬픔. 그래서 화장실에 간단 핑계를 대고 눈물을 훔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둘의 관계는, 그리고 우리의 관계는 왜 그랬던걸까?

알 수 없는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한 가지는 알아챌 수 있었다. 바로 이전에 관계가 부정적으로 진행되거나 고착화되었기 때문에, 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쉽게 예민해지고 긴장하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경직되고, 즐겁지 않아지고... 사실 웃음, 행복한 감정이란건 마음이 편안해야 생기는 것인데, 싸우지 말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관계를 망치고 있었다.0

 

 

결국 이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도 모른다. 누군가는 다시 만났을테고 그 누군가 중 또 누군가는 헤어졌겠지... 이 영화에서처럼 우리는 헤어질 때 수많은 실수를 한다. 사랑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헤어짐을 선택하지만 그런 헤어짐은 길고 아프다. 그렇다고 관계를 유지하자니 상대가 억지로 나와 만나는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프다. 이럴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답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다시 만난 연인들은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할것이다. 어렵사리 다시 만난 만큼 예전같이 친밀해지기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걸 인정해야 한다. 한 번 부정적으로 끝나버린 관계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걸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전화를 하면 싸우던 고착화된 관계를 뛰어넘고 다시 전화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걸 인정하고, 나와 의견이 다르거나 반응이 달라도 쉽게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데이트를 하면서 마음이 조금 이상하고, 순간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것도 사람이 사랑하는 과정의 일부라는걸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도 내내 행복할 수는 없다. 이게 내가 영화를 보고 내린 결론이다... :)

 

어린토끼는 조금 더 둔한 사람이 되고싶다. 또, 다름을 수용하며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단 있는 모습을 그대로 좋아하고 싶다. 그게 곧 내 마음이 편하고, 상대가 다른 모습을 보여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게 할것이다. 그 어떤 영화보다 사실적이었던 연애의 온도. 사랑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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