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인간중독(2014)

마음에드는/영화 2014. 5. 15. 01:39 Posted by thankful_genie


나오자마자 다시 보고싶었던 영화

하루종일 여운이 남는 멜로

사랑과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연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영화




오전에 이 영화를 보고 하루종일 여운에 빠져있었다. 극장을 나오는 순간, 다시 돌아가서 한번 더 보고싶다는 마음이 드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다. 왜 이렇게 마음에 와닿았을까?



1. 고독

주인공 김진평(송승헌)의 얼굴에는 자주 고독이 엿보인다. 그 이유의 일부는 전쟁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비록 월남에서 선전한 군인이며 후임들의 존경을 받곤 하지만, 전쟁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목숨을 죽여야했던 기억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위선의 가면을 쓰고 진평의 공을 칭찬한다. 전술이 좋았다느니, 베트콩들을 어떻게 몰살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평의 기분을 띄우기 위해. 김진평은 그렇게 위선자들과 함께 산다. 그래서 고독하고 답답하다. 군 관사라는 막힌 공간에서 그는 명예와 아내...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살고있지만, 그 삶은 마치 연극같다. 그는 어울리지 않는 연극에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 그렇게 메마른 땅처럼, 풀 한 포기 없는 땅처럼 점점 말라가면서...




2. 처음 사랑

그렇게 메마른 그의 앞에 봄비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후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이다. 주위의 위선자들과는 달리, 서로가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는 두 사람. 사랑이라는 불을 꿀꺽 삼켜버린 김진평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아무 것도 없던 그의 마음에 그녀가 가득 들어찼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사랑 앞에서 그는 순수하고, 진실하고, 정열적이다. 송승헌의 섬세한 감정연기... 마치 그가 나인 것 처럼 몰입되었다. 답답하고 고독한 그의 숨통을 틔워주는 그녀라는 존재... 둘은 처음 느껴보는 사랑을 숨길 수도, 멈출 수도 없다. (이를 '중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3. 섬세한 감정연기

이 영화를 통해 송승헌이라는 배우를 다시 봤다. "정말 둘이 사랑에 빠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둘이 화장실에서 눈이 마주쳤을 땐 내가 다 두근거렸다. 영화에 3~4번정도 나오는 베드신보다 윗 장면이 훨씬 더 야하고 두근거렸다면 믿으실려나? 시선을 맞추고, 손을 잡고... 애무하는 장면이 훨~씬 야했다. 그만큼 관객이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게끔 잘 연기했다. 덕분에 긴 여운을 아직까지도 느끼고 있고... 





4. 클래식한 음악과 분위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을 참 잘 이용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분위기와 주인공의 느낌을 잘 살리기위한 노력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오묘한 분위기와 알듯 말듯한 표정, 영화의 복고적인 느낌과 김진평의 클래식한 감정이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졌다.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듯 새하얀 셔츠를 입은 진평... (순간 왜 그렇게 멋있어 보였는지. 클래식한 그의 이미지에 옷차림도 한 몫 한 듯.) 명대사를 또 한번 한다. "숨을 못 쉬겠어." 


그런 말이 나올만하다. 죽어가던 그의 숨통을 틔운 것도 그녀였으니... 난 이런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나의 전부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을까... 잠시 잊혀진 감성이 다시 고개를 빼꼼 내미는 기분이다. 심장이 말랑말랑해진 것 같다. 뒷 좌석에 커플이 이 영화를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부러웠다. 나에게 이 영화는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같이 보고싶다. 이야기를 밤새 나누고 싶다.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영화리뷰> 블루 재스민(2013)

마음에드는/영화 2014. 4. 15. 01:57 Posted by thankful_genie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들고 왔어요~ ^^ 

점점 영화를 볼 여유와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네요. 포스팅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ㅎ 참 게을러서~~


블루 재스민은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인데요. 주인공 '재스민' 역할의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정말 볼만 해요.

내용도 교훈이 있고... 정말 강추하는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간단해요~ 뉴욕 상위 1%로 살던 재스민이 남편 '할'과 이혼하고, 모든걸 잃어 동생 '진저'의 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요.




예쁘장하고 왠지 고급스런 외모 덕분에, 남자에게 사랑받기가 쉬웠던 재스민. 그런 그녀 답게, 모든 걸 다 해주겠다는 남편 할을 선택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애석하게도 그 행복은 가짜였지만 말이죠.

그녀에게 할은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존재'이고, 그게 그녀가 할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했어요. 그림같은 집, 여유로운 생활, 멋진 보석... 그렇다면 할에게 재스민은 어땠을까요? 적시에 원하는 걸 던져주고 적당히 관리하면 되는, 인형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요? 


할이 여러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불법 사업을 하고 다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재스민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결국 불법 사업이 문제가 되고, 할의 바람도 들통이 나죠. 하지만 그는 오히려 당당합니다. 재스민은 자신이 느껴온 행복과 사랑이 모두 허구였다는 것을 알고 미치기 직전인데, 할은 그런 그녀를 외면하죠. 


남편도, 돈도, 자식도 모두 잃은 그녀. 미치기 일보직전의 그녀... 과연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동생 집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나갈 수 있었을까요? 



입양된 동생 '진저'는 재스민과는 참 다른 사람입니다. 얼굴도 평범하고, 남자의 사랑을 받기도 쉽지 않죠. 재스민은 속으로 항상 진저를 깔봤어요.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한다며... 하지만 지금 진저에겐 믿을만한 남자친구가 있죠. 바로 '칠리'인데요~ 재스민은 칠리를 보고는 거부감이 들고, 동생이 한심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높아질대로 높아진 그녀의 눈에 칠리는 그저 거지 나부랭이같이 보였기 때문이죠.


"좀 괜찮은 남자 만날 수 없어?" / "이런 곳에서 탈출하게 해줄 남자."


그녀는 자신과 어울릴만한 남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 남자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이런 불행에서 금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돈을 벌 생각보다는, 하고싶은 게 우선인 그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컴퓨터 학원을 다니고, 학원비를 내기 위해 병원에서 일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 마음에도 들지 않고, 하찮게 여기는데요... 자기가 하찮게 여기는 일 조차 제대로 못해서 힘들어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죠.


그녀는 갑자기 닥친 불행을 이겨낼 힘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잘 살아왔고, 가난하게 사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죠. 밥살 돈도 없으면서 예쁜 꽃은 사야하는 재스민... 그녀를 어쩌면 좋을까요?


그녀는 결국 자신을 구해줄 동아줄같은 멋진 남자를 만납니다. 하지만 결혼에 실패하게 되죠. 가여운 그녀가 살아가는 법을 처음부터 잘 배워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인형같이 살아온 인생을 떨쳐내고 행동하는 인간으로 살 수 있을지 말이에요.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만의 행복 요소가 있어야한다."


"타인에 의해 이룬 것은 마치 내 것 같아 보이지만, 결코 내 것이 아니다."



'할'이 없어지고 나니 그녀에게 남은 게 무엇인가요? 하나도 없었어요... 행복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습니다.

만약 그녀가 누렸던 번영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죠.

자신이 스스로 이룬 것은... 항상 곁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군가 우리의 곁을 떠난다고 해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어요. 내면에 키워 둔 행복 요소들이 다시 일어서게 해줄테니까요... ㅎㅎ


반면 재스민은 어릴 때부터 굳이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던거죠~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좋아해줬으니까요. 그때문에 자기만의 굳건한 '행복 요소'가 없었고, 결국 파멸합니다. 역시 행복을 타인에게 모두 걸기엔... 타인에게 온전히 기대기엔 사람이란 불완전한 존재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취직 못하면 시집이나 가라."고 말하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nono~ 아니되오~ 란 걸 알 수 있죠ㅋㅋㅋ

행복을 한 사람에게 걸기에 삶이란, 또 사람이란 너무 위태롭고 변수가 많아요. "You complete me."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처럼... 친구, 연인, 가족은 우리의 행복을 채워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의 뿌리는 자신에게 있는 것이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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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그래비티(Gravity)

마음에드는/영화 2013. 10. 25. 00:48 Posted by thankful_genie

우주라는 장엄하고 두려운 공간을 이용하여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개봉 전부터 많은 사람에게 큰 기대를 받았던 '그래비티'를 본 소감은 "생존은 치열하고 어렵지만, 저 멀리서 어서 오라 손짓하는 깃발 같다."였다. 꼭 이루어야 하는,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목표 같다.

자연의 힘이 지배하는 거대한 우주라는 공간에 비하면 인간은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고, 연약하고, 연료 없인 빙글 빙글 돌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그렇게 두려운 공간 속에서도 인류는 계속되듯이... 

한 명, 한 명의 생존이 모여 결국 인류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유대감, 문화를 만든다는 생각.


산소도 없고,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재난적인 우주를 통해 그 사실을 한층 잘 깨닫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우주에 나가 본 사람들은 어떨까?

마치 '나의 밖에서 나를 바라보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인류가 사는 곳을 벗어나서 그곳을 바라보는 것...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은 분명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궁금한 사람은 '우주로부터의 귀환'이나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온 편지'를 읽어보길)


그래서였을까? 전에도 우주 여행을 해 본 매트 역의 조지 클루니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내내 침착하다. 두려워하는 스톤 박사에게 뜬금없이 사는 곳이 어디냐 느니, 자기가 유영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 같다느니 하며... 심지어 자기의 생명 끈을 놓는 순간에도 말이다. 

저런 대담함과 달관도 아마 우주를 여행하며 얻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구사일생으로 소유스호에 탑승했지만, 연료가 부족해서 중국의 ISS인 톈궁으로 갈 수가 없는 상황.

여기서 스톤 박사는 삶을 포기한다.

어차피 아래에서 기다릴 사람도, 죽어도 슬퍼할 사람도 없다며... 흘러내리는 눈물이 방울방울 선 내를 떠다닌다.

그 때 위로가 되었던 것이 지구의 어느 지역에 있는 한 남자와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가까스로 대화를 나눈 것이다.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하지만 지구에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 아기의 울음소리를 통해 그녀는 지구인의 공통적인 정서를 교감한다. 적막한 공간에서 혼자 죽음을 기다리며 마지막으로 듣는 지구의 소리를 통해 삶 그 자체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비티 속 '아닌강'의 정체)


그녀는 산소의 농도를 낮추고 잠에 빠져든다. 

이때 꿈에 매트가 반짝 나와 "착륙도 발사야!"란 말을 하고는 사라진다. 꿈에서 깬 그녀는 비록 자식을 잃은 불행한 어머니이고, 지구에서 자길 기다릴 사람이 하나 없지만 "살아서 집에 가야겠다."라고 생존 의지를 다지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감격스러웠다.


사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선택이다. 그리고 알렉스 리커만의 '지지 않은 마음'이란 책에서 저자는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두렵지만 도전해보기로, 괴롭겠지만 살아보기로 선택한 것이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ㅠㅠ)



우주에서 지구가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작겠지만, 중요한 건 지구가 있고 그 위에 '인류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감사한 사실을 위협적인 우주에 나가지 않아도 깨닫게 하려고 감독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