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밴드 버즈와 함께 한 시간

마음에드는/음악 2017. 12. 26. 23:28 Posted by thankful_genie

버즈의 팬으로써, 버즈락인으로써

올 한해는 참 의미있는 해였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2014년 버즈 4집이 발매되고 기사가 떴을 때 많이 놀랐었다.

1~3집 시절, 일명 리즈 시절

콘서트에 가면 항상 본인들의 밴드 음악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던 사람들이..

갈수록 그 말과 멀어져서..

조금씩 실망해가던 차에..

결국 해체를 해버렸던 버즈...

 

 

재결합했다는 기사를 봤을 때, 놀랍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욱 더 놀랐던 것은

4집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세한 내용은 나의 지난 글에서 볼 수 있다.

 

8년만의 만남. MEMORIZE BUZZ

 

 

 

<버즈 4집 타이틀곡 나무>

 

드디어 밴드 버즈가 직접 만들고, 연주해서 정성들여 만든 앨범이 나왔다니.

반신반의하며 앨범을 사보던 때가 기억난다.

 

 

 

<버즈 4집 Train>

제일 좋아하는 곡은 train, star

놀라웠던 곡은 세월호 사건을 담은 '그림자'란 노래

 

 

버즈 4집은 놀라우리만큼 좋았다.

이런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었구나!

보컬 민경훈이 이렇게도 노래를 부를 수 있구나!

 

 

 

그러나 공부에만 집중해도 붙을까말까 한 공시생 생활을 하면서

콘서트는 꿈도 꾸지 못했었다.

 

 

하지만, 친구가 저렴하게 콘서트 티켓을 구해주는 바람에?

올해 1월 22일 창원 콘서트에 다녀왔더랬다.

그 콘서트로 인해 나는 다시 버즈락인이 되었다.

 

 

<2017년 버즈 소풍콘서트>

 

9급 행정직 시험이었던 6월 17일

시험이 끝나자마자 매겨 보지도 않고 기차타고 서울로 가서 보았던

'소풍 콘서트'

 

 

<버즈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 곧 버즈 미니앨범 'Be One'이 나왔다.

예전 버즈 노래 스타일과 감성을 좋아하는 대중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낸 앨범..

타이틀곡은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일명 '사처럼'

이 곡이 나름 잘 된 덕분에 버즈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버즈 4집 Just One 뮤직비디오>

 

7월말에는 버즈 미니앨범 'Be One'의 신나는 노래 Just One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상상마당에 갔었지

 

 

뮤직비디오를 촬영 겸 Just One 노래를 선공개하는 자리였는데

그때 함께 뛰고, 놀고, 열광하던 순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버즈 전국투어콘서트 BE ONE 

12/16 부산과 12/23 대구콘서트에 다녀올 수 있었다.

 

12월29~31일엔 서울 이화여대대강당에서,

2018년 1월 27일엔 일산에서 마지막 투어 일정이 남아있다.

 

 

난 대구, 부산을 다녀왔는데 정말 너무 좋았어서 

다음 글에 후기를 쓰려고 한다. ^^

 

그리고 정말 고마운 팬분이 티켓 나눔을 해주셔서 

내년 일산 마지막 콘서트에도 갈 수 있게 되었다.

 

 

한 해동안 나를 행복하게 해준 밴드 BUZZ 그리고 락인들 감사합니다!

 

 

 

두 줄 만으로

너무 센스있고, 따뜻하고, 좋았던 시가 있다.

 

 

벼룩

 

 

 

그대 벼룩에게도 역시 밤은 길겠지.

밤은 분명 외로울 거야.

 

 

 

 

 

진짜 너무 짱짱! 내 스타일이다 ㅎㅎ

벼룩. 몇년에 한번 우리 머릿속에 떠오를까 말까 한 단어

그만큼 존재감이 없는 생명체

그러나 그것에게도 밤은 길고 외로울 거야.

생명이란 다 비슷하니까...

 

 

아.

요즘 학생들이 수학, 영어 1점이라도 더 올리려고 피터지게 하는 대신

이런 거 한줄이라도 읽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이라면

얼마나 더 공감력있는 사회가 될까? ㅠㅠ

 

 

 

 

 

마음에 드는 시가 왜 이리 많은지... ^^

내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분들도 시만이 주는 좋은 느낌을 한번 느껴보고 가시길!

 

 

 

 

 

 

무덤들 사이를 거닐며

 

 

 

무덤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 본다.

한두 구절이지만

주의깊게 읽으면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었다

살아 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 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 있다.

 

 

죽은 자들이 나의 참된 스승이다.

그들은 영원한 침묵으로 나를 가르친다.

죽음을 통해 더욱 생생해진 그들의 존재가

내 마음을 씻어 준다.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 안에서 자유로워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엇인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선물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시집을 난생 처음 구매해서 읽어보는데...

생각보다 시란 좋은 것이구나 하고 느끼고 있다.

 

문학소녀와는 거리가 먼 시간을 살아왔는데

시가 마음에 따뜻하게 와닿는다.

물론 여전히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시도 있지만... ㅋ

 

오늘의 시는 꼭 소개하고 싶어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의 잠언 시집

류시화가 직접 지은 시를 수록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를 골라 엮은 책인데

잠언 시집 답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단점은 시적인 느낌이 좀 떨어진다는 건데...

아직 시에 초보인 내가 읽기에는 조금 더 산문 느낌이 나는 게 이해하기가 쉽고,

또 수록 시들이 지향하는 바나 코드?가 나랑 잘 맞는 것 같아서 좋다.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새벽 두 시, 세 시, 또는 네 시가 넘도록

잠 못 이루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집을 나와 공원으로 간다면,

만일 백 명, 천 명, 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예를 들어 잠자다가 죽을까봐 잠들지 못하는 여인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와

따로 연애하는 남편

성적이 떨어질 것을 두 려워하는 자식과

생활비가 걱정되는 아버지

사업에 문제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운이 없는 여자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사람

만일 그들 모두가 하나의 물결러럼

자신들의 집을 나온다면,

달빛이 그들의 발길을 비추고

그래서 그들이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그렇게 되면

인류는 더 살기 힘들어질까,

세상은 더 아름다운 곳이 될까.

사람들은 더 멋진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더 외로워질까.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만일 그들 모두가 공원으로 와서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태양이 다른 날보다 더 찬란해 보일까.

또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그들이 서로를 껴안을까.

 

 

 

 

 

 

 

 

 

사람마다 각자 상황과 경험에 따라 와닿는 시가 다르겠지?

나의 경우 이 시를 보고 든 생각이,

마치 심리치료에서 진행되는 심리상담이란 게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수만 명의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 저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만약 가능하다면

심리상담사란 직업은 굳이 없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항상 나 자신의 문제보다 가볍게 다가온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은 말하면서 그 과정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낸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이 어딜 향하고 있었는지, 스스로 깨닫는다

혼자 안고 있으면 너무나 무겁고 길이 보이지 않던 문제가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면서 재정비되고 객관적으로 보인다.

 

 

소통의 방법은 다양해졌지만, 깊이는 없어진 지금.......

짧은 시간 내에 첫인상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어필하는 법은 배우는 반면

천천히 제대로 소통하는 법은 배우지 못하는 지금...

 

 

학생도, 어른도, 노인도, 아이도 예전보다는 더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시가 좋았다. ^^

 

 

 

 

슬픔이 기쁨에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중략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사실 위 시에서 '평등한'이란 단어를 쓴 것이 많이 낯설게 다가왔다.

기쁨과 평등한 슬픔이라니... 단어가 좀 안어울리는 느낌이다.

작가에겐 평등이란 단어가 어떤 느낌인걸까?

 

 

내가 하늘 위에서 인간을 심판하는 자라고 엉뚱한 상상을 해 보면...

그저 자기의 기쁨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사랑보다, 기쁨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려고 할까?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존재이기에..

나의 기쁨과 플러스가 곧 다른 누군가의 슬픔과 마이너스와 직결된다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이 많기에...

 

 

슬픔의 경험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워주고

그래서 기쁨에 더 감사하고

기쁠 때도 지나치게 기뻐하지 않고

슬플 때도 곧 지나가리라 담담히 마음먹게 하지 않을까.

 

 

누가 시집을 선물해달라고 해서, 평소 문학소녀도 아닌 내가 이런저런 시를 읽고 있다.

그사람에게 어떤 시집이 어울릴까 생각하면서.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박준 작가의 시집을 읽고 있다.

 

 

열개 중 다섯개는 무슨 말인지 의아하고, 4개는 잔잔하게 다가오고, 한개는 확 꽂히는 듯

내가 문학소녀가 아니라 더 그렇다.

 

오늘 읽은 것 중에 제일 꽂힌 시는...!

 

 

 

 

 

 

 

 

이게 진짜지 말입니다 물광이 빛나니, 불광이 깨끗하니 하는 얘기는 이제 고향 앞으로 갓, 이지 말입니다 이건 물불을 안 가리는 광이라서 말입니다 제가 지난 여름에 용산역을 지나는데 말입니다 거짓말 아니고 말입니다 바닥에 엎어 자던 노숙자 아저씨가 제 군화 빛에 눈이 부셔 깼지 말입니다

 

 

....중략

 

 

 

 

여기서 중요한 것은 흠집을 대하는 우리의 기본 자세지 말입니다 깊게 파인 흠집을 약으로 메우는 것은 신병들이나 하는 짓 아닙니까

.

....중략

 

 

 

 

흠집은 흠집이 아닌 곳과 똑같은 두께로 약을 발라야지 말입니다 벗겨져도 같이 벗겨지고 덮여도 같이 덮이는, 흠집이 내가 되고 내가 흠집이 되는 저희 어머니도 서른셋에 아버지 보내시고, 그때부터 아예 아버지로 사시지 말입니다 지난 휴가 때도 얼굴도 몇번 못 뵙고

 

....중략

 

 

 

 

그런데 김병장님 참 신기하지 말입니다 참말로 더는 못 해먹겠다 싶을 때, 이렇게 질기고 징하게 새카만 것에서 광이 낯짝을 살 비치니 말입니다

 

 

 

 

 

 

바닥에 엎어져 자던 노숙자 아저씨의 눈을 부시게 하여 깨게 만들만큼 밝은 빛이... 흠집이 내가 되고 내가 흠집이 되는, 벗겨져도 같이 벗겨지고 덮여도 같이 덮이는.. 그런 평범한 어우러짐 속에서 탄생한다는 이야기. 잘난 점만 갖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흠집을 갖고 사는 게 인생사..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가장 밝은 빛을 발한다?

감동적이야~~

-말입니다 하두 들으니까 가본 적도 없는 군대에 와서 후임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같네..

 

8년 만의 만남. MEMORIZE BUZZ

마음에드는/음악 2014. 11. 30. 22:18 Posted by thankful_genie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버즈가 재결합해서 4집 앨범을 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선, 버즈가 다시 뭉쳤다는 데 조금 놀라웠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열다섯살에 버즈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스무살이 될 때까지 5년 동안 버즈의 음악은 나에게 아주 큰 힘이 되었다. 이유 없이 이는 반항심과 슬픔을 가라앉혀 주고, 생활을 즐겁게 해주었다. 집 곳곳에 그 흔적이 가득하다. 버리지 못한 야광봉, 일주일에 한 번씩은 썼던 편지... (전해질지 확실하지도 않은)




답답한 중, 고등학교 시절에 버즈 공연과 콘서트 영상을 챙겨보며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기분과 열정을 느끼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버즈는 3집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활동을 기약할 수 없게 되었고, 보컬 민경훈이 솔로 앨범을 냈다. 이후로 나는 팬 활동을 하지 않았다.


떠올려보면 가장 큰 이유는, 보컬 민경훈에게서 음악을 '정말, 많이, 진실하게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 튼튼한 성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심지어 천식도 있다던), 목관리를 소홀히 한다던지... 뭔가 정말 노래를 하고 싶어 한다기보단 어쩌다보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팬으로 기대가 사라졌던 것 같다. 진실은 당사자만이 아는 것이지만, 2010년에 그가 했던 인터뷰를 보면 이 생각이 어느정도 맞는 걸까? → 기사 링크


그래서 버즈의 4집 발매 소식을 듣었을 때, 약간의 설렘과 무심함이 함께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곧장 노래를 들어보지 않고 기사를 먼저 찾아보았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처음으로 버즈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을 앨범에 담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 8년이 지나고 그들 모두 삼십대가 되어서야 찾아온 귀한 기회였다.


그래서 타이틀곡 '나무'와 '안녕'을 들어보고 곧바로 앨범을 구매했다. *_* 3집까지 수록된 노래들과 느낌이 많이 다른데, 중요한 건 대부분 버즈가 작곡을 하고, 직접 연주해서 녹음했다는 사실이다. 밴드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전까지 자작곡을 거의 싣지 못했을 뿐더러 직접 연주해서 녹음하지 못했다는 걸 떠올린다면 큰 발전이다. 곡 선택에 있어서도 베이스와 드럼 등 밴드적 요소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이게 그들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음악이구나..." 바뀐 음악 분위기와 한층 다듬어진 듯한 창법! 마음에 쏙 든다.



간단히 앨범을 소개하자면, 총 11번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멤버들에게 가장 의미있는 곡이라는 2.Train 과 3.안녕, 4.Good Day는 즐거운 느낌이다. 7.그림자와 11.Star는 좀 독특한 느낌이다. 9.너는 나의 꽃이야와 4.나무는 섬세한 감성을 자극한다.



많은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겁쟁이'와 '가시'를 부를 정도로 버즈는 인기가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게 빠졌었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자유. 그래서 이번 앨범은 그들에게 '시작'과 같다. 인기를 떠나서 음악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첫 발걸음이다.


버즈가 아주 뛰어난 밴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애정이 가는 이유는, 많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요즘 팬들은 똑똑하고 객관적이다. 버즈가 음악적으로 발전하는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다시 내 마음 속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항상 노력하고 긴장하기를... 더 멋진 음악가로 성장하려 발버둥치기를...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기를 바라 본다. 응원합니다! 



<영화리뷰> 노다메 칸타빌레

마음에드는/영화 2014. 11. 3. 15:34 Posted by thankful_genie

안녕하세요~ 어린토끼입니다.

바람이 차가운 걸 보니 어느새 겨울인가 봐요. 저의 스물여섯 살 시절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노다메 칸타빌레에요. 노다메 시리즈는 만화책도 있고, 일본에서 방영한 드라마도 있어요. 전 만화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는 '노다메 칸타빌레 Vol.1'과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이 있어요.

 

 

저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래 알고 있었는데요, 사실 이렇게 좋아하게 된건 최근에 들어서에요.


좋아하는 이유를 말해보라면... 두 가지 정도가 떠오르네요^^


우선 노다메와 치아키가 서로로 인해 진정한 꿈을 찾아가거나 꿈을 발전시킨다는 점... 서로가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 그려져서 좋았어요. 


사실 노다메의 꿈은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유치원 선생님이었죠. 방구쏭을 만들어 치면서 '즐겁게' 연주하는 걸 좋아하는 그녀에게 넓고 새로운 음악 세계의 문을 열어 준 건 치아키였어요.


치아키를 좋아하면서 그가 하는 음악에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음악 그 자체로 환희와 전율을 느끼기도 하죠. 그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특정 곡과 사랑에 빠진다던가 하는 일이 발생해요. 예를 들면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듣고 그 곡과 사랑에 빠져버려요. 머릿속에서 곰돌이가 환희의 북을 치고, 그녀는 뛰어다니죠. 언젠가 그 곡을 치아키와 꼭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제일 좋아하는 곡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죠~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자체로도 참 좋은 것이지만, 그 감정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이런 일들은,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마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부부에게 사랑이란 감정만이 다가 아니듯이 말이에요.




그녀에게 치아키는 어쩌면, 새로운 음악 세계를 가득 담고 있어서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쉴 새 없이 쫓아가야 하는 존재였을 거에요. 그래서 노다메는 종종 혼란에 빠집니다. 치아키는 날이 갈수록 멋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데 그녀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것 같아 주눅이 들곤 하죠. 게다가 교수님은 그녀를 '베이비'라고 부르며 콩쿠르에도 나가지 못하게 해요.

 

하지만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녀가 놀랍게 빨리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고 있단 것을 알아요. 


 


사실 치아키는 여자친구보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악에 파묻혀사는 사람이에요. 천재 작곡가들이 만들어놓은 신비로운 곡의 세계를, 완벽하게 음악으로 표현해내고 싶다는 욕구가 있죠. 그들이 느꼈을 감정, 표현하고자 한 음색...을 최대한 재현해보고 싶은 마음인거죠. 그는 자아실현의 의지같은건 다지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저 좋아서 움직일 뿐이고, 그게 곧 자아실현인거죠. ^^


이런 치아키에게 노다메가 빗물처럼 스며들어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는건 어찌 보면 아주 다행인 것 같아요. 안그러면 연애를 할 수 있었을라나? ㅎㅎ 노다메의 노력을 보며 초심을 다지고, 또 함께 꿈을 이루어간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죠.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두 번째 이유는, 노다메와 치아키가 비슷한 매개체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을 공유하면서, 유대감을 만들어가는 점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제 말이 좀 어렵나요? 표현이 쉽지 않네요.)



사실 감성이라는 건 사람 얼굴이 다 다르듯, 각자의 감성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서 완벽히 일치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소울메이트를 찾고, 비슷한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하루 종일 그 이야기를 하면서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곤 해요. 또, 게임은 남자아이들 간에 유대감과 즐거운 기억을 만드는 대표적인 매개체죠. 


연인과 영화를 보고 둘 다 그 영화에 빠져서 하루 종일 수다를 떨어본 적 있으실 거에요- 영화로 인해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끼는 경험이죠. ^_^ 노다메와 치아키에게 그 매개체는 바로 '음악'이에요. 평생 가장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이랑 함께 하는거죠. 로맨틱하네요~



영화 최종악장 편에서는 노다메의 좌절과 이를 딛고 결국 일어서는 모습을 세심하게 담고 있어요.

 




치아키와 피아노 콘체르토를 하는 게 목표였던 노다메. 그런데 그가 루이와 처음으로 콘체르토를 해버리자 목표 의지를 상실해버리고 말아요. 그들이 예상외로 환상적인 호흡을 보였기 때문이죠.

 

뜬금없이 "결혼하자"며 현실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노다메. 그녀는 마치 피아노를 빨리 쳐버리고 그 힘든 과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만약 노다메가 그저 즐겁게 하고 싶은 대로만 피아노를 쳤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유치원 선생님이 돼서 재미있는 노래를 만들어 치면서 행복해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숙련된 기술과 노력이 있어야만 쳐낼 수 있는 또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경험을 아마 평생 하지 못했겠죠. 그저 만족하느냐, 아님 더 나아가느냐는 개인의 선택이에요.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어떨지 명확히 알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 

 

지친 노다메는 피아노를 그만 끝내버리려고 해요. 거장 슈트레제만의 제안으로 협연을 하게 된 그녀... 지금까지 발버둥 치며 쌓아왔던 실력과 노력의 시간을 한 번에 쏟아붓고 도망 치리라 생각했던 걸까요?

 

 



생에 최고의 찬사를 받은 데뷔 무대를 뒤로하고 사라져버린 노다메. 들개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녔을 것 같은 상상이 되네요. 그녀는 다시는 피아노를 치지 않으려고 해요. 힘들고, 어렵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길을 걷지 않고 싶었겠죠. 

 

그런 그녀를 다시 피아노 앞에 돌려놓는 인물은 바로 그녀의 사랑 치아키... 어쩌면 노다메에겐 유치원 선생이 되는 길이 편안하고 쉬운 인생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고민했어요. 하지만, 그녀의 피아노를 알고, 피아노를 치며 즐거워하는 그녀를 알기에... 매 순간 이전의 자신과 싸워 얻어낸 '더 완벽한 콘체르토', 더 멋진 음악을 쳐내고 싶어하는 게 그녀의 진실된 꿈이라고 확신하기에 그녀를 다시 피아노 앞으로 데러다 놓아요.

 


엇나가려 하면 잡아주고, 서로의 자아실현을 북돋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겠네요. 둘의 감동적인 성장기에 더하여, 영화 속의 음악은 막귀인 제가 듣기에도 재미있고 좋았어요. 



이 영화를 통해 저는 뭔지 모를 '위로'를 받았답니다. 아름다운걸 보면 위로를 받듯이, 둘이 만들어가는 하모니가 좋았나봐요. ^_^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맘에 드시면 하트 꾸욱~ 눌러주세요.



ps. 글을 여러번 수정하게 되네요. 역시 처음 쓴 글은 하이킥을 부릅니다. 뉴뉴 

 

<영화리뷰> 그녀 (Her, 2013)

마음에드는/영화 2014. 5. 29. 01:40 Posted by thankful_genie





사실 난 이 영화를 강력추천하진 않는다. 보는 동안 지루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사랑에 빠진다는 흥미로운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에 '개연성'이 없어보인단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테오도르는 외롭고, 사랑에 상처받은 입장임엔 분명했다. 그래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그 욕구를 그녀(사만다)가 채워주었다. 그녀는 항상 상냥하고, 센스 넘치고, 그의 말을 잘 들어주도록 프로그램되었다. 그래서 그의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주었는데, 단지 그 이유만으로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는 게 공감되지 않았다. 그 역할은 친구여도 가능한 것 아닌가? 누군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진짜 외로워본 적이 없어서 그러는거라고. 자기 말을 잘 들어주고, 상냥하게 대응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간절하고 반가운지를 모르는거라고. 


하지만 난 진짜 외로웠던 적이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지나친 상냥함이 몰입도를 떨어뜨렸던 것 같다.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긍정적인 반응만을 보이는데, 어색했다. 진짜 관계라면, 대립이 없을 수가 없다. 그 속에서 사랑으로, 또 이해로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게 관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항상 테오도르의 비위를 맞춰주는 그녀의 모습은 인간이라기 보단 '컴퓨터'같다. 그래서 초반에 그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과정에 공감을 하지 못했던 게 영화를 충분히 느끼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점점 인간같이 진화한다. 사랑, 분노같은 감정을 느끼고, 자존감을 갖게 된다.


1. 자존감. (영화에 만족하지 못했음에도 리뷰를 쓰는 첫 번째 이유이지 싶다. 이 영화는 보고나서 자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 결국 리뷰를 쓰기로 결정했다.) 


사실 사람은 다 '자기만의 것'이 있다.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를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관의 관계를, 또 거기서 느끼는 감정을 '절대적'이고 '희생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알게되었다. 상대가 나와 같기를 바라는 건 오만이란 것을. 나와 다른 사람인데 어찌 항상 나와 같을 수 있을까? (그런걸 원하는 미성숙한 사람은 차라리 자기를 복제해서 연애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리고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이 항상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이 말하길 행복만 느끼며 사는 사람은 절대 없다고 한다. 해피바이러스에 가득찬 사람은 불행을 모르는걸까? 아니다. 부정적 정서를 느끼지만, 동시에 긍정적 정서를 많이 느끼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한다. 사람이 이런데, 사람 간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감정이 어찌 절대적으로 딱 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랑해서 연애하지만, 그 관계에는 셀 수 없는 감정이 관여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상대가 나와 다르다고 해서 실망하고, 원망하는 건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만들어가는 조화... 하지만 우린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혀 관계를 끝내버리는 경우가 있다. 대신 자신의 외로움을 덜어줄 평생의 친구를 하나 잃겠지만... 



사람들은 사랑을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사랑받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학력으로 휘감고, 여인이 몸을 치장하고 유연한 태도와 고혹적인 웃음을 가지려는 것은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사랑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주는 것은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것이 넘쳐나는 환희다.

내 안에 살아있는 떨림을 준다는 것이다.  <출처> 구본형의 변화경영연구소





영화로 돌아와서, 사만다는 처음에 '자기'라고 칭할 만한 자아가 없었다. 그저 테오도르에게 잘 맞춰진 인격이었기에 그가 그녀를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점차 진화하면서 '자기'를 찾게되고, 결국 그를 떠난다. 그가 오랫동안 사랑했던 아내 캐서린과 이혼하게 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를 자신에게 맞춰주고 받아주는 객체(She가 아닌 Her)로 여겨왔던 테오도르. 


- 사만다, 왜 떠난다는거야?


- 이건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아요. 내가 깊이 사랑하는 책이죠.

지금 난 그 책을 아주 천천히 읽어요. 그래서 단어와 단어 사이가 정말 멀어져서 그 공간이 무한에 가까운 그런 상태에요.

나는 여전히 당신을 느낄 수 있고, 그리고 우리 이야기의 단어들도 느껴요. 

그렇지만 그 단어들 사이의 무한한 공간에서 나는 내 자신을 찾았어요.


(중략)


하지만 여기가 지금의 내가 있는 곳이에요. 이게 지금의 나에요.

그리고 지금 당신이 날 보내줘요. 당신이 원하는 만큼.

나는 당신의 책 속에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요.  <출처> 네이버 리뷰

 


첨엔 "저게 무슨 말이야, 대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에서 알겠다. 영화의 메세지를...

사만다가 자기 자신을 찾은 것처럼, 인간은 '자기만의 것'이 있다. 누구와도 다른... 그걸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관계만이 결국 유지되는 것이다.


2. 진실한 대사


대사 한 구절, 구절이 참 진실되다. "정말 맞다." 싶다. 스파이크 존즈는 진실된 사랑을 해본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주옥같은 대사를 쓸 수 없었겠지....


- So, what was like being married?


- There's something that feels so good about sharing life with somebody.


- How do you share your life with somebody?


- We grow up together. We were a big influence on each other.

Both of us grow and change together. 


사랑으로 서로를 성장시키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 그게 바로 관계다.


3. 영화에서 엿볼 수 있는 미래


미래를 그린 영화들이 그렇듯,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에서처럼 사람 간의 소통이 사라지고, 그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지만 어찌할 수 없는 미래가 온다면 어떨까? 주변에 사람이 널렸는데도, 디지털기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 안에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어떤 '관계'를 갈망하게 된다면... 사람과 직접 마주하고, 생활하며 적응하고 둥글둥글해지는 과정에 피로를 느끼고, 인공지능 OS만이 진정한 나의 쉼터가 된다면?


영화를 보고 뜬금없이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이 생각났다. 개방적이면서도 약간의 폐쇄성을 통해 속마음을 드러내기 쉬웠던 싸이월드. 학교 마치면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부랴부랴 컴퓨터를 켜고, 화면에 쪽지창이 반짝 나타나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띄워 주고받던 네이트온 시스템... 아마 카톡에 익숙한 요새 어린이들은 대화를 하기 위해 굳이 컴퓨터까지 켰던 그 때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왜 그리운건지. 사용자가 줄어들어 자연히 안할 수 밖에 없이 된 것처럼, 미래엔 지금을... 지금의 소통 방식을 조금 더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





<영화리뷰> 인간중독(2014)

마음에드는/영화 2014. 5. 15. 01:39 Posted by thankful_genie


나오자마자 다시 보고싶었던 영화

하루종일 여운이 남는 멜로

사랑과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연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영화




오전에 이 영화를 보고 하루종일 여운에 빠져있었다. 극장을 나오는 순간, 다시 돌아가서 한번 더 보고싶다는 마음이 드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다. 왜 이렇게 마음에 와닿았을까?



1. 고독

주인공 김진평(송승헌)의 얼굴에는 자주 고독이 엿보인다. 그 이유의 일부는 전쟁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비록 월남에서 선전한 군인이며 후임들의 존경을 받곤 하지만, 전쟁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목숨을 죽여야했던 기억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위선의 가면을 쓰고 진평의 공을 칭찬한다. 전술이 좋았다느니, 베트콩들을 어떻게 몰살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평의 기분을 띄우기 위해. 김진평은 그렇게 위선자들과 함께 산다. 그래서 고독하고 답답하다. 군 관사라는 막힌 공간에서 그는 명예와 아내...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살고있지만, 그 삶은 마치 연극같다. 그는 어울리지 않는 연극에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 그렇게 메마른 땅처럼, 풀 한 포기 없는 땅처럼 점점 말라가면서...




2. 처음 사랑

그렇게 메마른 그의 앞에 봄비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후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이다. 주위의 위선자들과는 달리, 서로가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보는 두 사람. 사랑이라는 불을 꿀꺽 삼켜버린 김진평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아무 것도 없던 그의 마음에 그녀가 가득 들어찼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사랑 앞에서 그는 순수하고, 진실하고, 정열적이다. 송승헌의 섬세한 감정연기... 마치 그가 나인 것 처럼 몰입되었다. 답답하고 고독한 그의 숨통을 틔워주는 그녀라는 존재... 둘은 처음 느껴보는 사랑을 숨길 수도, 멈출 수도 없다. (이를 '중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3. 섬세한 감정연기

이 영화를 통해 송승헌이라는 배우를 다시 봤다. "정말 둘이 사랑에 빠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둘이 화장실에서 눈이 마주쳤을 땐 내가 다 두근거렸다. 영화에 3~4번정도 나오는 베드신보다 윗 장면이 훨씬 더 야하고 두근거렸다면 믿으실려나? 시선을 맞추고, 손을 잡고... 애무하는 장면이 훨~씬 야했다. 그만큼 관객이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게끔 잘 연기했다. 덕분에 긴 여운을 아직까지도 느끼고 있고... 





4. 클래식한 음악과 분위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을 참 잘 이용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분위기와 주인공의 느낌을 잘 살리기위한 노력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오묘한 분위기와 알듯 말듯한 표정, 영화의 복고적인 느낌과 김진평의 클래식한 감정이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졌다.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듯 새하얀 셔츠를 입은 진평... (순간 왜 그렇게 멋있어 보였는지. 클래식한 그의 이미지에 옷차림도 한 몫 한 듯.) 명대사를 또 한번 한다. "숨을 못 쉬겠어." 


그런 말이 나올만하다. 죽어가던 그의 숨통을 틔운 것도 그녀였으니... 난 이런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나의 전부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을까... 잠시 잊혀진 감성이 다시 고개를 빼꼼 내미는 기분이다. 심장이 말랑말랑해진 것 같다. 뒷 좌석에 커플이 이 영화를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부러웠다. 나에게 이 영화는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같이 보고싶다. 이야기를 밤새 나누고 싶다.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